[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62] 유전자일까 노력일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밸런스 게임 질문’이 유행인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 주는 재미일 것이다. 무 자르듯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가 사실 많다.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하고, 속마음과 사회적으로 보이고 싶은 페르소나 사이엔 누구에게나 간극이 있다. 예를 들면 분열과 통합 중 선택하라면 통합으로 쉽게 답할 수 있는데, 다음 질문으로 조직을 위한 희생과 개인의 생존을 물으면 고민하게 된다.
골프 마니아로 가을을 반기는 ‘뇌 과학’ 전공 교수에게 재미 삼아 밸런스 게임 질문을 해보았다. ‘골프를 잘 하게 하는 것은?’ ‘①유전자 ②연습.’ 고민하다 답변은 유전자라는 것이다. 스윙 리듬감은 타고나야 할 것 같다는 설명이다. 사실 유전자와 연습 중 선택하라는 것은 짓궂은 질문이다. 같은 노력을 한다면 유전적 소질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예 연습을 안 하면 유전적 소질을 알 길도 없고 소질이 부족해도 최선을 다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예민한 질문을 해본다. ‘자녀들의 학업 성취에 중요한 요소는?’ ‘①유전적 요인 ②환경적 요인.’ 학업 성취와 유전적 요인의 연관성에 대한 중요 연구 결과를 보면 유전적 요인의 영향력이 70%에 이른다.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현재로선 유전적 영향이 꽤나 높은데,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우선 ‘내 자식은 공부 유전자가 없나 봐’ 같은 부정적 접근보다는 각 개인의 유전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기 자녀의 장점을 잘 파악하고 칭찬하고 개발해주는 긍정적 접근이 중요하다.
요즘 청소년 자녀가 학업보다 몸매 만들기에만 관심이 있어 답답하다는 부모의 고민을 수차례 접했다. 동문서답 격으로 ‘자녀가 긍정적인가요? 친구에게 인기가 많은가요’ 하는 질문을 했다. 부모만 걱정이지 자녀는 친구도 많고 즐겁게 산다는 것이다. 인간관계 능력도, 즐겁게 현재를 사는 것도 타고난 소질이 있어야 한다. 그 자녀는 성인이 되어도 즐겁게 살 가능성이 높은데 부모가 공부에 관심 가지라고 너무 잔소리를 하면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 부모와도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청소년기에는 공부에 관심이 없다가 나중에 특정 영역에 관심을 가져 학문적으로 상당히 성취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공부를 잘하다가 나중에 관심이 줄어들며 다른 영역 소질을 발견하여 그쪽으로 인생 흐름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각자 다양한 좋은 소질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유전적 특징도 시간 흐름에 따라 환경에 반응하며 내재했던 새로운 소질이 강하게 활성화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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