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비상 걸린 정부… 무역 금융에 181조 실탄 쏟는다

김성모 기자 2023. 9.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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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제장관회의, 수출·투자 지원으로 경기 회복 불씨 살리기
일러스트=박상훈

정부가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로 육성할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경기 용인시 남사읍)’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통상 6~7개월 걸리는 예타를 면제할 경우 2026년 말로 예정된 착공과 2030년 말 가동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가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정부 지원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국내 수출 기업이 ‘자금 실탄’으로 쓸 무역·수출 금융도 연말까지 최대 181조원 공급된다. 올해 연간 전체로 따지면 387조3000억원이 공급돼, 역대 최대치다. 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전자 비자 발급 수수료(1만8000원)를 한시 면제한다.

정부는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수출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 방안’과 ‘중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를 보이자, 수출을 총력 지원해 경기 회복 불씨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래픽=박상훈

◇반도체 산단 속도전, 새로운 수출 동력 확충

이번 수출 지원 방안은 주력 산업 경쟁력을 더욱 키우면서, 새로운 수출 동력과 수출 지역을 찾아 수출 총력전을 벌인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예타가 면제되는 용인 반도체 산단은 삼성전자가 300조원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내놓은 곳이다. 세계적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지가 들어설 땅이다. 정부는 ‘규모의 경제’와 함께 속도가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만큼, 산단 부지 조성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의 공공 기관 예타를 면제해 산단 조성 시간표를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7개 국가 첨단 전략산업 특화 단지 중 공공 기관 예타 면제가 실제 이뤄지는 첫 사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예타 면제 조치로 산단 착공·준공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수개월씩 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선업 인력 양성과 연구 개발 지원도 강화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나라 조선업이 글로벌 초격차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선수금 환급 보증 발급을 확대하고, 친환경·디지털 연구 개발 예산도 늘리겠다”고 했다.

반도체·선박 등 기존 수출 먹거리 외에도 정부는 디지털, 콘텐츠, 농수산 식품, 에너지, 녹색 산업 등 수출 유망 분야에 전략적으로 재원을 투입해 ‘미래 먹거리’로 만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최근 세계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K콘텐츠 육성을 위해 1조원 규모 ‘K콘텐츠 전략 펀드’ 조성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래픽=박상훈

◇무역·수출 금융 연내 181조 공급

정부는 민간과 공공 합동으로 연말까지 최대 181조4000억원의 무역·수출 금융을 공급한다.올해 무역·수출 금융(387조3000억원)은 작년보다 총 36조3000억원 늘었다. 단기적인 자금 문제를 겪는 기업들에 충분한 ‘실탄’을 공급해 설비투자와 연구 개발을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신규 수출국 진출을 돕겠다는 취지다.

대중국 수출 회복과 동시에 수출 지역 다변화에도 공을 들인다. 연내 한·중 경제장관 회의, 한·중 경제협력 교류회를 개최해 양국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1인 가구 맞춤 소비재, 프리미엄 유아용품 등과 같은 중국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 지원을 강화한다. 신전략 시장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폴란드·우크라이나 3각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中 관광객은 올해 200만명 유치”

지난달 중국이 한국행 단체 관광 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중국의 황금 연휴인 국경절이 이달 말 시작되면서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 작전도 시작된다. 이날 나온 ‘중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은 중국 단체 관광객 전자 비자 발급 수수료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면세 쇼핑 환급 등을 간소화하는 조치 등이 골자다. 정부는 올 하반기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를 상반기 방문객 수(50만명)의 세 배 수준인 150만명 유치해 연간 2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0.16%포인트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수출·관광 총력전이 효과를 보면 4분기(10~12월)부터는 수출이 살아나고 경기 반등 추세가 확연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9월에는 무역 수지 흑자 기조 지속과 함께 수출 감소 폭이 추가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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