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돌아오는 예금 116조, 자금 유치 경쟁 불붙나
작년 자금시장에 전에 없던 충격을 줬던 ‘레고랜드 사태’가 이달 말 1년을 맞는다. 작년 9월 말 레고랜드 사태 발발 전후로 시중 채권금리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은행권 예금 금리도 자고 나면 뜀박질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4~5%대가 넘는 고금리 예금 행진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9~11월 3개월 사이 불어난 금융회사 정기예금이 116조4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정기예금 잔액이 944조원임을 감안할 때 ‘머니 무브’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예치된 1년 만기 정기예금 만기가 슬슬 돌아오면서, 채권시장이 다시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은행권의 정기예금 재유치 경쟁으로 조달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는 데다,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려 시중 자금을 끌어당기면 전체 채권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태 1년, 채권시장 또 긴장
레고랜드 사태는 작년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기업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시장에선 이 발언이 GJC가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채무불이행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받아들였다. 당시 가뜩이나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던 때에 튀어나온 돌발변수라 금리는 발작적으로 움직였다. 금리 상승 속도가 워낙 빨랐고 시장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AAA)인 공사채마저 유찰되는 등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갔다.
은행채 금리도 작년 10월 연 5%대를 돌파했다. 시중 자금은 안전한 고금리 예금으로 대거 피신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기 직전 3개월(2022년 6~8월) 정기예금 월평균유입액은 20조원대였는데,9월 32조5000억원, 10월 56조2000억원, 11월 27조7000억원 등 훨씬 많은 돈이 정기예금으로 몰렸다.
◇1년 전 고금리 예금 116조 ‘머니무브’
은행들은 당시 신규 정기예금의 1년 만기가 돌아올 때에 고객들에게 돌려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채권 발행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을 제외하면 7월까지 은행채는 매월 순상환(상환액이 신규 발행액보다 많은 것) 기조였지만 지난달 3조7794억원 순발행(신규 발행액이 상환액보다 많은 것) 기조로 돌아섰다. 작년 9월(7조4000억원 순발행)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순발행 기록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채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발행 자제를 권고했던 금융당국이 발행 한도를 풀어준 것도 슬슬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국은 올 3월부터 은행들의 채권 발행 한도를 만기 도래 규모의 100% 이내에서 125%로 확대해 줬다.
작년 11월 연 5%를 넘어섰던 은행채 1년물 금리는 현재 민간채권평가사 4사 평균 연 3.9%를 갓 넘었다. 그러나 공사채와 함께 우량 채권으로 꼽히는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수록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들은 투자자를 모으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금시장 경색이 재발될 것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 조달 환경이 작년보다는 낫지만, 예금금리 상승이나 은행채 발행 증가로 일부 이어질 수 있다”면서 “금융회사 간 과도한 수신금리 경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 발행도 여전한 리스크
자금시장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은 국채다. 정부는 올해 세수부족분이 6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일단 국채 발행을 자제하고 있다. 작년에 쓰고 남은 돈(세계잉여금)을 긁어모으고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불용) 방법에 이어 최근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추가적인 국채 발행 외엔 ‘세수 펑크’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 걸로 보는 시각이 있다. 국채 발행이 늘면 시중 금리 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커진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반면 국책은행은 발행을 자제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큰 부담이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채권 발행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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