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에 한방 먹였다”... 화웨이, 스마트폰 반도체 자체 제작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기술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첨단 공정을 활용해 스마트폰 반도체를 자체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미국을 위협할 만한 수준의 최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중국의 테크 굴기를 막으려던 미국 정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IT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지난달 29일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중국에서 자체 생산한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급 반도체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성능이 높고, 전력 소모가 적다. 이 때문에 각국에선 반도체 미세공정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 기업의 14나노 이하 첨단 칩 생산을 막기 위해 필수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시기에 화웨이가 자체 첨단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공개해 미국에 한 방 먹였다”며 “미국의 무역 제재가 중국의 핵심 기술 발전을 막지 못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中, 정말 첨단 칩 자체 생산했나
일본 닛케이 아시안 리뷰 등에 따르면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5G(5세대) 스마트폰용 반도체가 탑재됐다. SMIC는 지난해에도 가상화폐 채굴 장비에 들어가는 7나노 칩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스마트폰 반도체까지 생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7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대만), 인텔(미국) 정도다. 만약 SMIC가 7나노 양산에 성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세계 4위 수준의 반도체 생산 기술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메이트60 프로는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예약 판매 1억대를 돌파했다. 중국 신문망은 “수년간 봉쇄당한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5G를 성공시킨 비결이 무엇인지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도 “미국의 무역 전쟁은 의심할 여지 없이 실패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대중 제재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의 대중국 제재를 상징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9년 화웨이의 5G 통신장비가 자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화웨이의 미국 반도체 공급을 차단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최신형 AI 반도체와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을 봉쇄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을 누르려던 미국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강도 높은 제재가 중국의 기술 자립화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터프츠대 크리스 밀러 교수는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여전히 큰 혁신 역량을 가졌음을 보여줬다”면서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지를 둘러싼 미 정가의 논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엔 아직 근접 못해
IT 업계에선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반도체 양산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를 비롯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중국 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부으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애써왔다. 화웨이는 최근 5년 동안 R&D 비용을 2배 가까이 늘렸다. 2021년 기준 R&D 투자금이 221억달러로, 매출의 22.4%였다. 매출 대비 R&D 지출로만 따지면 구글 모기업 알파벳(12.2%)과 아마존(11.9%)의 2배, 애플(6%)의 3배가 넘는다. 화웨이는 지난해 기준 5G 관련 특허 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첨단 기술 자립이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바이두, 바이트댄스,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테크 기업들은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어치의 엔비디아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주문했다. GPU는 최근 열풍인 생성형 AI 학습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반도체다. 미국이 추가 수출 제재를 내리기 전에 첨단 칩 물량 비축에 나선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여전히 최첨단 반도체 기술에서는 미국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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