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도시침수 방지 대책법’이 자리 잡으려면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7월 4일 이상 기후의 원인으로 알려진 엘니뇨의 시작을 공식 선언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엘니뇨에 의한 이상기후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지난봄 전남 광주 지역에서 제한급수 위기를 가져왔던 깊은 가뭄이 끝나자마자 장마로 인한 심각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오송 지하차도에서 14명이 유명을 달리했고, 경북 예천에서는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16명이 사망·실종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곧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며 북상할 때 만약의 태풍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 국민이 가슴 졸이며 밤잠을 설쳤다. 그리고 지난여름에는 섭씨 40도에 이르는 폭염이 전국을 덮쳤다.
우리나라는 1970, 80년대의 급속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증가하는 차량을 위한 주차장 확보와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한 도로 건설은 도시의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었다. 결국 대부분의 도시는 도심을 흐르고 있는 하천을 복개하여 도로로 활용하고, 도로 하부의 하천 공간은 하수도(下水道·합류식 하수관로)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복개할 당시 도시하천은 강우설계빈도가 대부분 50년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집중호우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는 강우설계빈도를 100년 이상으로 채택하여 집중호우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복개한 도시하천은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집중호우에 대응하기 위한 통상적 홍수예방 대책은 하천 폭을 넓히거나 제방을 높이는 것인데, 비싼 땅값 등으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앞으로도 홍수에 의한 재산과 인명피해는 도시지역에 집중될 것이 충분히 예견된다.
지난 8월 24일 국회에서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 대책법’(도침법)이 통과되었는데, 이 법안을 발의한 노웅래 의원은 “홍수피해가 우려되는 도심지역에 대해 사전에 침수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침수피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재 도시지역 홍수대책은 행정안전부와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다. 행안부가 관리하는 ‘자연재해대책법’과 ‘소하천정비법’에 따라 자연재해위험개선 사업, 우수저류시설 설치, 소하천 정비사업 등이 있고, 2022년도 예산은 2조 원에 이른다. 환경부는 하천법과 하수도법에 따라 도시 홍수 예방사업을 하고 있는데, 2022년 예산은 1조8000여억 원이다. 이처럼 도시홍수예방사업은 2개 부처에서 4개의 법령에 근거하여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서 두 부처는 사업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역할을 ‘도침법’이 해야 할 것이다.
도시침수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는 제방 높이기, 기존 하수관로 확대, 저류지, 빗물저류조와 펌프장, 대심도 터널(지하하천, 저류조, 방수로 등)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 하수관로 등을 통합하여 환경부가 ‘도시침수 피해방지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도시지역에는 상대적으로 행안부가 관리하는 소하천이 많아 협업이 필수다. 행안부와 환경부가 수행하는 다양한 침수대책사업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기본계획’에 포함시켜야 하고, 각 사업들을 축소 또는 통합할 필요도 발생할 것이다.
환경부와 행안부는 운영의 묘를 살려 도시침수 방지라는 큰 그릇을 만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담당하고 있는 도시침수 방지대책들을 ‘도침법’에 포함시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하위법령 제정이나 추후 법 개정 과정에서 행안부가 담당하고 있는 대책들도 포함되거나 연계될 수 있도록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아울러 부산시를 비롯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움직임을 놓치지 말고 ‘도시침수 피해방지 기본계획’ 수립에 지역의 어려운 점을 적극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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