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전쟁중 국방장관 경질… 반격 부진-부패 의혹에 전격 조치
나토-EU 가입前 부패 척결 명분도
후임에 소수민족 사업가 출신 40대
수감자 맞교환 등 러와 협상 전문가
다정했던 대통령과 국방장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최근 전격 경질된 올렉시 레즈니코우 전 국방장관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다정히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 레즈니코우 전 국방장관 X(옛 트위터) 화면 캡처 |
● 대반격 부진, 부패 스캔들 속 교체
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은 550일 이상 전면전을 지휘해 왔지만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며 “국방부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며 군대 및 사회 전반과 다른 형태의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지도부 최대 개편(shake-up)”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침공 3개월 전인 2021년 11월 국방장관에 오른 레즈니코우는 전면전이 시작되자 서방 국가들을 줄줄이 방문하며 군사 지원을 이끌어 내는 등 일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를 상대로 한 대반격의 성과가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오며 쇄신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의 반격 방식으로는 전쟁이 장기전을 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많다. 리처드 배런스 전 영국 합동군사령관은 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는 지금 러시아를 이길 순 없다. 2025년쯤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NYT는 “국방장관 교체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 시작 이후 남동부에서 천천히 영토를 회복할 때 나왔다”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국방장관 교체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부정부패 문제도 주요 경질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 CNN은 레즈니코우가 부패 스캔들에 직접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진 않았지만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서방의 지원 기반을 강화하려면 EU 가입을 달성해야 하지만 뿌리 깊은 비리 관행이 발목을 잡아 왔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했던 재벌 기업인 이호르 콜로모이스키까지 2일 사기 및 돈세탁 혐의로 잡아들이는 등 부패 척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정부 전반의 부패 근절을 주요 공약으로 강조해 왔다.
● 후임은 크림반도 소수민족 출신
우메로우 신임 장관은 통신 기업을 설립한 사업가 출신이다. 타타르인 인권운동의 대부로 꼽히는 무스타파 제밀레우(80)의 고문으로 일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2019년 우크라이나 야당인 홀로스당 소속으로 단원제 의회(라다) 의원인 국민대표로 뽑혔다. 이번 전쟁 중에는 러시아와 물밑 교섭을 하는 협상 전문가로 활약하며 고위급 수감자 맞교환과 흑해곡물협정 회담 등에 관여했다. 그는 지난해 국유자산 민영화를 감독하는 국유자산기금의 수장으로 임명돼 부패 의혹이 많았던 기관을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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