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만난 푸틴 “곡물협정 열려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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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4일 러시아 남부의 유명 휴양지 소치에서 만났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에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하라는 뜻을 전달하고, 복귀 조건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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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자’ 에르도안과 복귀조건 논의
러, 이틀간 우크라 곡물 수송로 공습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당신이 곡물협정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이 논의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쟁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했던 이 협정을 올 7월 전격 파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회담을 마친 뒤 곡물협정에 관한 발표가 중요할 것”이라며 협정 복귀를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된 푸틴 대통령과의 공개 접촉을 유지하는 유일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이다. 서방의 대러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러시아 또한 튀르키예에 자국산 가스를 싸게 공급하고 대금 지급 기일을 미뤄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러시아와 튀르키예의 관계는 좋은 수준”이라며 “튀르키예에 러시아 천연가스 허브를 구축하는 대화가 곧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각각 2000년, 200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장기 집권에 따른 국내외 비판이 거세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AP통신은 3일 “두 권력자가 오랫동안 ‘라포르’(상호 신뢰 관계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를 형성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를 협정에 복귀시켜 자신의 중재자 이미지를 드높이고 고물가, 리라 가치 급락 등 자국 내 경제난에 따른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속내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는 회담을 앞두고 3, 4일 이틀 연속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송로인 오데사항,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등을 공습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은 “러시아 테러범들이 세계 식량 위기를 유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항만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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