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벌레의 습격
‘미국흰불나방’이 창궐해 골칫거리다. 이 곤충의 유충(애벌레)은 몸길이 3~5㎝가량으로 머리와 꼬리는 지네와 비슷하고 몸통은 송충이를 닮았다. 온몸이 털투성이여서 천적인 새들도 먹지 않는다. 미국흰불나방은 연 2회 발생하는데 유충은 5~6월, 8~10월에 출몰한다. 한번에 500~600개씩 알을 낳아 번식력이 엄청나다. 유충은 벚나무, 감나무, 단풍나무 등 활엽수 200여종에 해를 입힌다. 섭식량이 대단해 줄기만 남기고 잎을 모두 먹어 치우고, 마지막엔 나무를 고사시킨다.
요즘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가로수와 조경수, 농경지 과수목에 피해를 주고 있다. 길거리, 주택가, 공원을 가리지 않고 드글거린다. 찜통 더위 속에 비가 자주 내려 습한 날씨가 유충 번식에 좋은 여건이어서 급격히 늘었다. 벌레가 쏟아져 우산을 쓰는 시민도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산림병해충 발생 예보를 ‘관심’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생태계도 변화해 각종 곤충 집단이 활개를 치고있다. ‘벌레의 습격’에 인간 삶의 질이 떨어지고, 수목과 농작물 피해가 극심하다. 올해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외래종 흰개미’는 마른나무를 닥치는대로 갉아먹어 ‘목조건물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서울과 경기 남부에선 ‘동양하루살이’ 수만 마리가 기승을 부렸다. 날개를 펴면 5㎝나 되고, 병을 옮기진 않지만 사체가 쌓이면 악취가 난다.
최근 2~3년 사이 개체 수가 급증한 ‘미국선녀벌레’와 ‘매미나방’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 미국선녀벌레는 인삼이나 과수나무 등의 줄기와 잎에 달라붙어 즙을 빨아먹은 뒤 끈적한 물질을 배출해 해를 입힌다. 매미나방도 애벌레가 수종을 가리지 않고 잎을 갉아먹는다.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털파리 떼도 인체에 무해한 익충으로 알려졌지만 날파리 비슷한 생김새로 혐오감을 준다.
벌레들의 습격은 더 잦아질 것이라 한다. 기후변화로 아열대에 서식하는 곤충들이 침입하고 있다. 농민의 생계부터 도심 거주자의 일상을 파괴하고, 질병 확산을 초래하는 위협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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