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과학 예산 빼서 병사 월급 올린다

김종구 주필 2023. 9.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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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A’씨는 우주공학도다. 그중 추진체 분야 석사다. 위성 기술이고 미사일 기술이다. 3년 전 항공우주연구원에 입사했다. 한국의 나사(NASA)로 불리는 곳이다.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고 했다. 대학·대학원 ‘올 A’의 이유였다. 그런데 2년여만에 퇴사했다. 주위에 조심스레 설명했다. ‘월급이 사기업에 비해 너무 적다.’ 연봉 2천만원 더 받고 한화로 갔다. 엊그제 승용차도 샀다고 한다. 후배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게 국가 연구기관인가.

6월21일, 그 항우연이다. “발사됐습니다...1단 엔진 정지 확인...페어링 분리...2단 로켓 분리 성공...고도 700㎞ 통과...위성 사출 성공”. 누리호가 성공하는 순간이다. 나는 외쳤다. ‘대한 과학 독립 만세’. 12년 만의 성공이란다. 통제실에 학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에 감격만 있었을까. 혹시 고난에 대한 회한은 없었을까. 곧이어 우리 과학의 민낯이 언론에 도배됐다. ‘고된 연구, 최하 연봉.’ 모두가 주문했다. ‘과학계 처우 개선 시급하다.’

그런데 정반대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가 R&D(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차라리 ‘학살했다’가 맞다. 예산 증감률이 무려 -16.6%다. 1991년 이후 33년 만의 역성장이다. 더한 충격도 있다. 함께 발표된 중기재정운용계획이다. 2023~2027년 R&D 예산 증가율이 0.7%다. 5년 동안 동결하겠다는 얘기다. 29일, 예산에 대한 대통령 설명이 있었다. ‘(前 정부 대비해) 건전 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 선심 예산도 지적했다.

전체 예산 증가율 2.8%다. 문재인 정부 연평균 증가율은 8.7%였다. 규모로만 보면 긴축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걸 건전성의 조건으로 볼 순 없다. 집중과 선택을 항목별로 살펴야 한다.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예산과 차이가 없다. 병사 월급을 165만원으로 올리는 돈이 있다. 노인 기초연금을 33만4천원으로 올리는 돈도 있다. 노인 알바 일자리 103만개 늘리는 돈도 있다. 가덕도(5천300억원)·새만금 공항(66억원) 예산도 있다.

병사 월급? ‘88올림픽’ 때 나는 병장이었다. 월급 4천500원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월급날이라고 PX가 붐볐다. 땅콩과자가 200원 정도였다. 많이 먹을 수 있었다. 모처럼 과자 내기 족구 게임도 벌어진다. 지는 팀이 5천원 내는 ‘빅 매치’다. 이제 머나먼 ‘쌍팔년도 군대’ 얘기다. 그게 165만원 된다고 한다. 366배 올랐다. 해주면 좋다. 근데 물어보자. 그 돈 어디서 나왔나. 과학계 지원금에서 돌린 것 아닌가.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그날, 누리호는 16분 날았다. 그 16분을 위해 12년 기다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출발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달나라 공약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700㎞ 실패였다. 그 누리호에 무슨 정치가 있고 이념이 있었겠나. ‘좌파 대통령’도 없고, ‘우파 대통령’도 없었다. 그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있었을 뿐이다. 그저 후손에게 넘겨줄 기다림이 있었을 뿐이다. 이제 윤 대통령의 시간이 됐다. 그들처럼 투자해야 한다. 그들처럼 넘겨줘야 한다.

과학은 보완이다. 누리호에 10만개 과학이 있다. 승용차, 기차, 미사일, 전투기로 호환된다. 도대체 어떤 ‘과학’을 쓸모없다고 내친 것인가. 안 그래도 과학자 떠나는 정부 R&D다. 이젠 들어갈 문까지 닫아 걸자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 5년이다. 과학에선 나라가 바뀔 시간이다. ‘0.7%’ 동면(冬眠)으로 보내면 안 된다. ‘나눠 먹기’ ‘R&D 카르텔’.... 당연히 감옥가야 한다. 발본색원하면 된다. 전액 회수하면 된다. 그거 하는 게 감사원이다.

왜 애먼 과학의 목을 조이나.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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