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임금체불 1천건... ‘어글리 코리안’ 경계해야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국내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빈 일자리’를 이들이 채웠다. 이제는 그들 없이는 우리 산업생태계가 지속가능할 수 없을 정도다. 저출생, 고령화의 심화로 내국인만으로는 경제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의 공급을 크게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런데도 인천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줄 임금을 떼먹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인천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체불이 해마다 1천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2021년 998건, 지난해 1천102건 등이다. 올해도 7월 말 기준 481건이다. 올해 임금체불 금액만도 49억4천만원이다. 주로 고용허가제를 악용하는 수법의 임금체불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3년간 3회 이상 사업장을 옮겨 다닐 수 없다. 퇴직 이후 3개월 이내 재취업을 해야만 한다. 이를 위반하면 사실상 국내에서 추방당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업장 변경에 부담을 느낀다. 이를 악용한 일부 사업주들은 ‘안줘도 어쩔 수 없겠지’ 하며 줄 돈을 안 주는 것이다. 약자의 약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출퇴근 기록도 없어 체불 신고도 제대로 못한다. 임금체불 증빙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 수법도 다양하다. 적발된 한 업체는 가족들끼리 사업주 명의를 계속 바꾸는 수법을 썼다. 임금체불 주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임금 꺾기’도 있다.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쪼개서 찔끔찔끔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다 점점 더 미루거나 아예 주지 않는다. 회사가 부담해야 할 4대 보험료 등을 외국인 근로자가 내도록 하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온 한 외국인 근로자는 자신의 4대 보험료가 3개월째 미납 상태임을 뒤늦게 알고 신고했다. 회사가 월급에서는 보험료를 차감해 놓고 납부하지 않았던 것이다. 태국 국적의 한 근로자는 지난해 12월 퇴직하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매번 “다음에 줄게” 하면서 여지껏 미룬 것이다.
최근 확정한 ‘외국 인력 확대 및 규제 개선 방안’은 외국인 고용을 폭 넓게 허용하는 방향이다. 1년에 1천명 안팎이던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올해 3만5천명까지 발급한다. 고용한 기업과 지자체에는 장기 체류 추천 권한도 준다. 사실상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아직도 임금체불 구태가 남아 있다니 안타깝다. 빙과류까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K-산업 시대다. 외국인 근로자 체불은 벼룩의 간을 탐하는 격이다. ‘어글리 코리안’의 불명예를 경계해야 할 때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축구, 북중미월드컵 亞 3차 예선서 파죽의 4연승
- “해방이다” 수험생들의 ‘수능 일탈’ 우려...올해는 잠잠하네 [2025 수능]
- "우리 집으로 가자" 광명서 초등생 유인한 50대 긴급체포
- [영상] “온 어린이가 행복하길”…경기일보‧초록우산, 제10회 경기나눔천사페스티벌 ‘산타원
- 성균관대 유지범 총장, 대만국립정치대학교에서 명예 교육학 박사학위 받아
- 어린이들에게 사랑 나눠요, 제10회 나눔천사 페스티벌 산타원정대 [포토뉴스]
- 이재명 “혜경아 사랑한다” vs 한동훈 “이 대표도 범행 부인”
- “수고했어 우리 아들, 딸”…“수능 끝, 이제 놀거예요!” [2025 수능]
- 지난해보다 쉬웠던 수능…최상위권 변별력 확보는 ‘끄덕’ [2025 수능]
- 평택 미군기지 내 불법 취업한 외국인 10명 적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