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만 바꾼 제품 또 인증’ 없애고… ‘이차전지 도어록’도 개발 가능
이차전지 도어록 허용, 제품 색깔별 인증 개선… 킬러규제 없앤다
경기도에 있는 유아용 의류 제조업체. 직원이 고작 4명인 이 업체에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KC 인증을 받는 비용이다. 이곳은 같은 원부자재에 같은 공정으로 유아용 내복을 5가지 색상으로 만드는데, 색상만 달라도 KC 인증을 일일이 받아야 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어린이 제품이니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하지만 같은 공정에 같은 원부자재를 쓰는 경우 인증 문턱을 낮춰주면 부담이 훨씬 줄 것 같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작 공정이나 원자재가 같은 경우 색상이 달라도 별도 시험 없이 동일 모델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기부는 4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에서 규제 개선 과제 1193건을 건의받은 결과 중소·벤처 분야 150대 킬러규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킬러규제에 무너지는 중소·벤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취지다. 분야별로는 사업화·신기술(42건), 인증 판로(31건), 환경(20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수도권에서 쌀로 전통주를 제조하는 A업체는 고민이 늘었다. 전통주가 최근 ‘힙한 술’로 통하며 인삼, 한라봉 등 다양한 농산물을 넣은 신제품을 내놔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만, 신제품 개발이 번번이 가로막혔다. 제조장 인근 지역에서 재배된 원료를 써야만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제조장과 떨어진 산지 농산물이라면 생산을 포기해야 했다. 이 회사 대표는 “신제품 개발을 하려면 매번 산지 인근에 제조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데 소규모 업체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중기부는 이날 전통주 인정 기준을 완화해 인접지 외 원료가 일부 들어가도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손질된 고기와 농수산물로 밀키트 등을 만들어 파는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을 운영할 때 반드시 26.4㎡(약 8평) 이상 영업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제도 킬러규제로 선정됐다. 중기부는 안전, 위생요건을 갖출 경우 면적에 관계없이 식육즉석판매가공업 영업신고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할 방침이다.
스마트홈 사업 진출을 노리는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직방은 규제 때문에 신사업이 답보 상태다. 지난해 7월 이차전지 기술을 활용해 안면인식으로 문을 열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도어록 업체를 인수했지만, 알칼리 건전지만 배터리로 이용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신제품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차전지를 이용한 스마트 도어록은 이미 미국, 중국 등에서는 실생활에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폭발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아직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직방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된다면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스마트 도어록이 상용화된 지역으로 적극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날 이차전지를 활용한 도어록도 개발할 수 있게 관련 인증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경제 규제혁신TF(기획재정부, 관계 부처) 등 범부처 회의체를 통해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규제 개선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번에 선정된 킬러규제는 기업 현장에서 완화를 요청한 규제(1193건)의 12.6%에 그치는 만큼 다른 규제들도 심사해서 추가 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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