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재계와 류진의 '정경' 고리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2023. 9. 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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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다시 가입한 것일까, 안 한 것일까.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한 4대그룹의 전경련 복귀는 류진 회장의 존재 자체와 직간접 연관이 있다"며 "그의 막후 영향력을 감안할 때 무작정 거리를 두기엔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감안할 때 새 출발이란 명분을 내건 '류진호(號)' 전경련과 계속 거리를 두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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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 이진우 국장

삼성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다시 가입한 것일까, 안 한 것일까. 전경련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하고 이름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꿔 새 출발한다. 삼성은 전경련 재가입이 아닌 한경연 회원자격을 유지하는 모양새인데 내용적으로는 재가입이 맞다. 회원승계 내지는 우회상장 같은 우회가입이라고나 할까.

삼성은 이번 재가입에 앞서 준법감시위원회에 논의를 맡기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였다. 덩달아 SK, 현대차, LG 등 다른 그룹들도 슬며시 숟가락을 얹으면서 대열에 동참했다. 정경유착 우려 등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전경련에 복귀하는 것은 분명 나름의 속사정이나 계산이 바탕에 있다는 얘기다.

새 출발하는 한경협은 이익단체를 넘어 재계 구심점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로 변모를 선언했다. 힘을 키우고 결속력을 높여 우리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겠다는 명분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대의명분일 뿐 다양한 계산의 과정과 나름의 배경에도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재계에서는 전경련 새 수장에 오른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등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한 4대그룹의 전경련 복귀는 류진 회장의 존재 자체와 직간접 연관이 있다"며 "그의 막후 영향력을 감안할 때 무작정 거리를 두기엔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마당발로 통하는 류 회장은 특히 미국에서 영향력이 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유력 정재계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며 경제와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는 물론 미국과 이슈가 생길 때마다 정치·외교가에서 류 회장을 찾아 조언과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잦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그는 1년 중 상당기간을 미국에서 거주한다고 한다.

친미노선을 걷는 현 정부의 스탠스를 감안할 때 류 회장의 존재감이 더욱 커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과적으로 류 회장은 풍산의 사업적 네트워크를 넘어 정치·경제·외교적으로 다양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를 감안할 때 새 출발이란 명분을 내건 '류진호(號)' 전경련과 계속 거리를 두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류 회장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발휘할 수 있는 힘의 결과란 얘기다.

이를 네거티브하게 정경유착의 고리로 몰고간다면 할 말이 없지만 사실 이 역시 공격을 위한 진부한 프레임이다. 정경유착의 리스크 자체를 부인할 순 없지만 그게 두려워 '정경분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비도덕적, 불법 뒷거래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한층 매서워졌고 누군가 권력을 믿고 호가호위하는 데 대해서도 내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누군가 또는 어떤 기업이 은밀하게 정경유착의 압력이나 유혹에 빠져들 수 있지만 이젠 공개된 협조 내지는 거래가 필수인 만큼 정경유착이나 정경분리가 아닌 정치와 경제, 외교를 잇는 오픈된 '고리' 역할도 필요하다. 정치가 경제를 돕고 경제가 정치를 돕는 것을 무작정 막는 게 능사는 아니다. 대신 매서운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면 된다.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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