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립스틱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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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엔 소주가, 호황엔 맥주가 잘 팔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소주와 맥주가 보완재라는 점에서 근거 없는 낭설이지만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면 자주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1971년 미국 경제학자 M 마브리도 "불황일 때 여성들이 원단이 적게 들어간, 가격이 싼 미니스커트를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불황과 연관된 경제학 용어로 대표적인 게 립스틱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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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과 연관된 경제학 용어로 대표적인 게 립스틱 효과다. 비슷한 용어로 넥타이 효과, 매니큐어 효과 등이 있다. 1930년대 대공황기 산업별 매출 통계를 근거로 만들어진 용어들로, 돈을 최대한 아끼면서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성향을 일컫는다. 미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로더는 아예 립스틱 판매량으로 경기를 가늠하는 립스틱지수까지 만들었다. 수치로도 증명된 적이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립스틱 판매량이 급증했다.
올 들어 1∼7월 립스틱 등 입술 화장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3.5% 급증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해제로 마스크 없는 일상이 회복되고, 한류 첨병인 아이돌을 앞세운 마케팅 효과가 크다지만 경기불황의 시그널이 아닌가 걱정이다. 립스틱 효과는 비단 저가화장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급커피·초콜릿·향수 등도 해당한다. 요즘 MZ세대 입장에서 보면 소확행, 스몰럭셔리쯤 될 것이다.
립스틱 효과는 적은 투자로 큰 만족감을 얻는 알뜰소비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곧이곧대로 믿어서도 안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백화점 립스틱 매출이 20~30% 증가했지만 국내 화장품 시장도 전반적으로 두 자릿수 성장했다. 경제는 심리다. 시간이 지나면 경제 속설도 변하기 마련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기회 삼아 합리적인 소비습관으로 불황을 견디고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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