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민주당, 북·중·러와 가치연대 관계인가
정부 입장 반대, 권위주의국들 두둔
586정치인 운동권 세계관이 원인
친북·중·러 청산, 개혁 시작점 돼야
“퇴행의 시대를 끝내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9일 연찬회를 마치고 발표한 결의문의 핵심 메시지다. “외교 안보, 민생 경제, 국민 안전 등 모든 부분에서 퇴보하고 있다”는 이재명 대표의 비판과도 맥이 닿는다.
미국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체에 대한 국제사회 평가는 후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3국이 한팀이 되어 대응하므로 확장억제력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인식은 정반대다. 국익 실체가 보이지 않는 들러리 외교라며 혹평한다. “우리가 얻은 건 없다. 많은 숙제와 손해.”(정청래)가 대표적이다. “한·미·일 정상은 깡패 우두머리.”(김정은), “대만문제 언급은 내정 간섭.”(중국)이라는 반응은 북·중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민주당의 평가는 납득이 안 된다. 안보 위험이 크게 줄어든 게 국익이 아니면 뭔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중국은 경제, 북한은 무기 지원에 나선 국면이다. 북·중·러의 밀착은 우리 안보를 위협한다. 문제는 민주당이 러시아 입장을 두둔하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고 러시아의 침공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리더십 탓으로 돌린 이 대표의 인식부터 그렇다. 국제 규범과 질서를 파괴하는 전범국가를 편드는 게 정상인가. 국제정세를 읽는 통찰력 부족이 아쉽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보다 종신집권을 꿈꾸는 독재자들의 권위주의 국가들에 치우친 세력을 진보라 할 수 있나. 더구나 북·중·러는 우리나라를 공산화하기 위해 6·25전쟁을 공모한 국가들이다. 북·중·러와 가치연대 관계인지 민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주도세력인 586학생운동권이 군사독재를 타도하기 위해 채택한 사회주의 이념과 주체사상의 후유증이 참으로 크다 하겠다.
“586세대는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고교 때까지 박정희식 국가주의와 ‘한국적 민주주의’를 배웠고, 대학 입학 후에는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NLPDR)을 배웠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선출된 권력으로만 이해한다. 운동권 시절의 낡은 인민민주주의 습성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자유민주주의와 계속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의 명쾌한 원인분석이다.
586정치인들이 친북·중·러, 반(反)미·일 성향을 보이는 건 젊은 시절의 화석화된 이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기 고백이나 다름없다. 운동권 출신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정율성 공원 조성을 거센 반대에도 밀어붙이는 배경일 것이다. 중국 원전들이 후쿠시마 오염수보다 기준치가 몇배 높은 삼중수소를 서해로 흘려보내는데도 민주당이 입도 뻥긋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퇴행적 구태를 벗어야 할 당사자는 바로 도그마에 빠진 갈라파고스 정당인 민주당 자신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김대중정권 당시 자유민주주의 정당의 궤도에서 너무 멀리 이탈했다. 한국 진보정치의 비극이다.
친북·중·러 정치는 민주당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패착이다. 20, 30대 젊은 세대는 민주당의 이념에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시대착오적인 친북·중·러 노선의 청산을 개혁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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