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소수 독점 기업이 삶을 파괴하다

2023. 9. 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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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거대 기업의 시대이다.

교통, 금융, 농업, 방송, 유통, 자동차, 제약, 통신, 항공 등 삶의 모든 영역을 소수 기업이 틀어쥐고 있다.

'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열린책들 펴냄)에서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데이비드 데이옌은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니면서 소수 독점 기업이 우리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독점 기업은 약탈적 가격 전략을 통해서 새로운 도전자를 억제하고 시장을 제 입맛대로 교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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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쟁 사라지면 소비자 권리 없어져
민주적인 견제 통해 독점의 저주 막아야
초거대 기업의 시대이다. 교통, 금융, 농업, 방송, 유통, 자동차, 제약, 통신, 항공 등 삶의 모든 영역을 소수 기업이 틀어쥐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년간 전체 산업의 75%에서 집중이 체계적으로 증가했다. 쉼 없는 인수·합병 소식은 그 생생한 증거이다. 주요 항공사는 네 곳으로 줄고, 주요 상업은행도 네 곳으로 압축됐다. 인터넷 검색은 구글이, 소셜미디어는 페이스북이, 전자상거래는 아마존이 좌우한다. 한마디로, 한 줌의 기업이 우리 삶 전체를 지배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 사라지고 독과점이 심화하면 친절한 서비스 대신 오만한 횡포가 일상을 뒤덮는다. 기업은 불투명하고 부정직해지며, 고용은 줄어들고, 혁신은 약해진다. 소수가 다수를 억눌러 번영의 결실 대부분을 가로채면서 중산층은 사라지고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무너진다. 나쁜 삶의 지옥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는 독점 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열린책들 펴냄)에서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데이비드 데이옌은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니면서 소수 독점 기업이 우리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미칠 것처럼 좁디좁은 항공기 좌석은 그 선연한 예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좁은 좌석에서 장시간 여행하면 심부정맥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관절이나 허리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승객들의 숱한 항의에도 항공사들은 서비스의 개선은커녕 오히려 담합과 로비를 통해서 2016년 비행기 좌석 크기를 46㎝에서 42㎝로, 앞뒤 간격을 89㎝에서 79㎝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승객을 더 받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독점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항공만이 아니다. 독점은 미국의 일상에 널리 스며들어 있다. 영화는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을 인수한 디즈니가, 치약은 프록터앤드갬블과 콜게이트가, 맥주는 전 세계 500대 브랜드를 나누어 소유한 AB인베브와 몰슨쿠어스가, 식품은 2000개 브랜드를 소유한 네슬레가, 안경은 에실로룩소티카가 장악하고 있다. 심지어 남녀를 연결하는 수많은 데이트 앱은 대부분 매치 그룹 소속이다. 우리나라도 별다를 건 없다.

독점 기업은 약탈적 가격 전략을 통해서 새로운 도전자를 억제하고 시장을 제 입맛대로 교란한다. 카카오택시나 배달의민족 등이 보여주었듯, 처음엔 무료를 내세워 시장을 장악한 후에는 서비스 개선 등 각종 명목을 붙여 서서히 가격을 상승시킨다. 기업이 시장 권력을 틀어쥔 곳에 소비자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울러 독점 기업이 만연한 곳에서 노동 환경은 갈수록 악화한다. 수요 독점 탓이다. 데이팅 앱 사례에서 보듯, 단 한 기업이 업계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면 임금을 올려줄 이유도, 노동 환경을 개선할 이유도 없다. 어디를 가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배송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을 못 견디고 자꾸 다치고 죽는 이유이다.

독점은 혁신을 파괴하고, 제품 품질을 떨어뜨리고, 소득 불평등을 낳고, 지역 불균형을 가져온다. 삶을 소수를 위한 부의 채굴장으로 만들고, 내몰린 삶을 강요함으로써 다수의 일상을 피폐하게 만든다. 독점의 저주를 막으려면 민주주의가 올바로 작동해야 한다. 시민들이 단결해서 정치를 움직임으로써 독과점을 규제하고 기업을 제어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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