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춤으로 물든 철원평야, 자유의 리듬 찾다
이틀간 고석정 개최 1만명 방문
최백호·이상은 등 세대 아울러
공백 복귀 아티스트 무대 눈길
분수대 디제이 부스 활기 넘쳐
안정적 운영·관객 수준도 높아
긴 말이 필요 없었다. 자유로움을 간직한 노래가 철원 평야를 울렸고, 관객의 가슴마다 평화가 전해졌다. 각 무대가 끝날 때마다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이 지난 3일 철원 고석정에서 이틀간의 음악 향연을 마무리했다. 두개의 메인스테이지와 디제이 부스로 운영된 올해 페스티벌은 총 9개국 26팀(해외 9팀·국내 17팀)이 참여하며 시대와 장르를 불문한 음악으로 약 1만여명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너만의 리듬에 맞춰’라는 올해 주제처럼 관객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몸을 흔들며 음악을 즐겼다. 록페스티벌의 상징인 깃발부대를 필두로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졌다. 원을 만들고 몸을 부딪치며 뛰는 ‘슬램’과 ‘헤드뱅잉’이 자유롭게 펼쳐진 음악놀이터가 됐고, 관객 얼굴에서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더위가 한풀 꺾인 철원의 쾌적한 환경도 묘미였다.
첫날 무대에 오른 이상은은 ‘비밀의 화원’, ‘둥글게’ 등을 부르며 모든 세대와 소통했다. 마지막곡 ‘언젠가는’은 관객들도 합창했다. 이상은은 “여러분이 우주 먼지였을 때 제 데뷔곡이 나왔다”며 “오늘 함께해보니 부모 세대와 여러분 취향이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실리카겔은 밴드음악의 세대 교체를 알리는 듯한 연주로 절정을 달렸다. ‘데저트 이글’과 ‘노 페인’ 등에서 팝과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이끌어냈고, 곡 ‘틱택톡(Tik Tak Tok)’에서 기타리스트 김춘추의 마지막 솔로연주는 무대를 뒤집어놓는 듯한 인상을 안겼다. 9년만에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하드록밴드 게이트플라워즈는 곡 ‘예비역’과 커버곡으로 오랜 팬들의 갈증을 풀어줬다. 첫 내한공연을 가진 ‘노이!’의 미하엘 로터와 일본 밴드 ‘데이글로(DYGL)’도 눈길을 끌었으며 자정 넘어 이어진 ‘이디오테잎’, ‘250’의 무대에도 관객들은 집에 갈 줄 몰랐다.
둘째 날 공연은 레전드 뮤지션들의 귀환이었다. 최백호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 그만의 감성을 풀밴드 구성으로 표출했다. ‘바다 끝’, ‘부산에 가면’, ‘낭만에 대하여’ 등에서 시대를 넘어 젊은 세대와 교감을 이뤄 깊은 인상을 안겼다. 지난 5월, 15년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마이 앤트 메리’는 여전히 청량한 감성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선물했다. ‘골든 글러브’, ‘공항 가는 길’ 등 인기곡과 신곡을 선보이자 일부 팬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국악과 헤비메탈의 강렬한 조화를 선보인 밴드 ‘잠비나이’는 곡 ‘소멸의 시간’을 시작으로 영감의 세계가 교차하는 무대를 선사했다. 기타와 태평소를 연주한 이일우는 “코로나 시기는 삶이 끝나는 듯 어두웠다. 그래도 주어진 일을 꾸준히 해 나가는 작지만 소중한 촛불들이 있었다. 그 시절을 버텨낸 우리 모두를 위한 곡”이라며 곡 ‘이토록 거대한 어둠 속 작은 촛불’을 선보였다. 김뜻돌, 아도이, HMLTD 등도 강렬한 음악으로 환호 받았다.
김뜻돌은 “3년 전에 이 페스티벌에 놀러왔던 조무래기가 뮤지션이 되어 다시 섰다”며 “몇년 뒤에도 편견과 차별 없이 노래할 날을 꿈꾼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아티스트 초청과 함께 야외 공연에 알맞은 깔끔한 음향 설정 등이 남다른 인상을 줬다. 공연 후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 수준 높은 관객 매너도 호평 받았다. 경찰과 소방, 교통정리 인력도 배치돼 안정감을 줬다.
무료로 진행된 디제이 부스도 빼놓을 수 없었다. 고석정 분수대에서 몸을 적시며 리듬에 몸을 맡겼고, 백발 노인과 외국인이 어깨동무 하고 함께 춤추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관객 이융기 씨는 “꼭 누구의 팬이어서 온 것은 아니다. 20대 때 좋아했던 뮤지션들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 지금 아니면 언제 이들을 또 볼 수 있나 싶었다”고 했다. 주지현 씨는 “출연진도 분위기도 좋았다. 동선도 효율적으로 구성해 자유로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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