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건들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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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 저승을 지난 농부가 팔월 신선이 된다'는 말이 있다.
'무더위가 멈춘다'는 처서를 지나 백로로 이어지는 딱 이맘때를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다.
음력 칠월은 작물 생육기여서 농사일에 여유를 부리며 어정거리는 사이에 지나가고, 팔월은 고추를 말리거나 틈틈이 가을걷이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바쁜 일 없이 건들거리며 한가하게 지나간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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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 저승을 지난 농부가 팔월 신선이 된다’는 말이 있다. ‘무더위가 멈춘다’는 처서를 지나 백로로 이어지는 딱 이맘때를 일컫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이때가 되면 호미를 씻어 헛간에 갈무리했다. ‘발등에 오줌 싼다’고 할 만큼 바빴던 농사일이 거의 마침표를 찍고, 이제 수확을 기다리면 되니 김매기에 필요한 호미는 용처가 없어지고, 농부가 비로소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된 것이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다. 음력 칠월은 작물 생육기여서 농사일에 여유를 부리며 어정거리는 사이에 지나가고, 팔월은 고추를 말리거나 틈틈이 가을걷이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바쁜 일 없이 건들거리며 한가하게 지나간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여름 내내 극성스러웠던 모기도 입이 비뚤어져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니 밤에 잠을 청하는 것도 한결 편해졌다. 선비들이 장마철에 눅눅해진 책이나 옷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도 이때 주로 행해졌다.
그렇게 좋은 계절이건만, 농부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달 태풍 ‘카눈’이 최고 400㎜가 넘는 물폭탄에 거센 강풍을 몰고 와 농심을 피멍 들게 하더니 역대급 무더위에 이어 ‘가을장마’까지 유난을 떨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 유일의 여름 배추 출하지인 고랭지 채소밭에서는 배추 무름병이 나타나 피해 농민들을 허탈하게 했고, 추석을 앞두고 과일이며 야챗값은 지갑을 열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치솟고 있다. ‘처서 비는 십리에 벼 천 석을 감한다’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내리면 독 안의 쌀이 줄어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즘 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데, 야속한 태풍과 장마는 그칠 줄 모른다.
편치 않기는 바닷가 어촌이 더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서 수산물 소비 위축 걱정이 어심을 짓누르고 있다. 오염수를 놓고 격화되는 여·야 간 정쟁이 오히려 불안을 부추기는 꼴이다. 예측 불허 기후변화에다 다음 선거에만 골몰하는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처서∼백로∼추석으로 이어지는 절기의 한가로움을 앗아가고 있으니 ‘어정칠월 건들팔월’은 이제 옛사람들의 격양가에나 등장하는 속담이라고 해야 하겠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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