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저에게 킹은 앙리가 아닙니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아스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는 누구인가? '답정너'다. 아스널의 '킹', 티에리 앙리라는 답을 도출하기 위한 질문이다.
앙리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8시즌을 뛰며 총 226골을 터뜨렸다. 훗날 임대로 잠시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아스널 역사상 최다 득점 1위. 그리고 EPL 우승을 2회 이끌었고, 특히 2003-04시즌 무패 우승 신화의 주역이다.
위대한 공격수의 표본, 아스널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라는 타이틀에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아스널의 '킹'이 모두에게 앙리라는 법은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다른 선수가 '킹'으로 느껴질 수 있다. '답정너'를 거부한 것이다. 앙리라는 답을 강요받지 않겠다는 의지.
모두가 "YES"라고 할 때 용감하게 "NO"를 외친 이는 최근 현역 은퇴를 선언한 시오 월컷이다. 그 역시 아스널과 깊은 인연을 가진 선수.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3시즌을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뛴 공격수다.
그에게 아스널의 '킹'은 앙리가 아니다. 그 역시 앙리와 함께 아스널에서 뛰어봤다. 그렇지만 앙리를 선택하지 않았다. 월컷에게 아스널의 '킹'은 로빈 판 페르시였다.
판 페르시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8시즌 동안 132골을 터뜨린 공격수. 그는 아스널에서 EPL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월컷은 판 페르시와도 함께 아스널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월컷은 왜 판 페르시를 선택했을까. 그의 설명은 이렇다.
"나는 아스널에서 앙리와 뛰어봤고, 판 페르시와도 뛰어봤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은, 내 입장에서 공정하게 말하자면 판 페르시의 마무리 능력이 더 나았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했다. 판 페르시가 앙리보다 골을 더 잘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아스널 최고의 공격수에 대한 이 질문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게리 네빌이 했다. 네빌은 월컷의 답을 듣고 소리를 지를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네빌 역시 '답정너'를 예상했다. 하지만 '답정너'가 아닌 새로운 이론이 등장했다. 마음을 진정시킨 네빌은 다시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논란의 여지가 있다. 나는 당신이 앙리라고 할 줄 알았다. 그렇다면 당신의 롤모델은 판 페르시인가?"
그러자 월컷은 대답.
"내가 판 페르시에게 공을 주면, 그가 득점을 했다. 내 일을 너무나 쉽게 만들어준 공격수다. 만약 우리 팀이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할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는다면, 나는 고민 없이 1명의 선수를 꼽을 것이다. 판 페르시."
마지막에 가장 결정적인 이유를 밝혔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는 앙리보다 판 페르시와 훨씬 더 많은 경기를 뛰었다."
아스널에서 월컷은 앙리와 총 21번 경기를 뛰었고, 판 페르시와는 무려 121번의 경기에서 호흡을 맞췄다. 함께 한 시간이 많다는 것, 자연스럽게 애정이 기울 수밖에 없다. 시간은 '왕'의 이름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티에리 앙리, 로빈 판 페르시, 시오 월컷.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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