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리 요구사항 모두 이행해야 흑해곡물수출 재개”
지난 7월 중단된 흑해곡물협정 재개 등을 목표로 4일(현지시각)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별 소득없이 끝났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상회담 후 공동 성명 및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다”며 “(러시아가 서방에 요구한) 모든 합의 내용이 이행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협정에 복귀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7월 17일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파기 후 밝혀온 입장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튀르키예의 중재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태도는 전혀 변화하지 않은 셈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흑해곡물협정 체결 당시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 등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서방의 러시아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지속과 전쟁 중 파괴된 비료 원료(암모니아) 수송관 복구 난항, 러시아산 곡물을 실은 배에 대한 보험 가입 거부 등의 문제로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수차례 협정 탈퇴를 위협했다. 결국 지난 7월 최초 협정 타결 이후 1년 만에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의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그 대신 유럽연합(EU)이 제공하는 육상 수출길인 ‘연대 회랑’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국경 사이를 흐르는 다뉴브강을 통한 곡물 수출이 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훼방놓으려 다뉴브강의 우크라이나 레니(Reni)의 하천항 등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계속 폭격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유엔과 협의해 러시아에 새로운 제안을 준비했다”며 “앞으로 이견을 좁혀가며 흑해곡물협정 재개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 농업은행의 자회사를 국제은행간결제시스템 (SWIFT)에 연결하고, 암모니아 수송관 복구를 추진하는 등의 새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그러나 “유엔의 제안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아프리카 6국에 곡물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계약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중단으로 아프리카 저개발국에 식량 부족과 기아가 초래된다는 비판에 맞서, 러시아가 110만 톤에 달하는 러시아산 곡물을 튀르키예를 통해 싼 가격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국제 곡물 시장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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