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정은]성수기 여름 극장가에서도 맥 못 추는 대작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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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공식작전' 부진은 속상하고 가슴 아팠지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기대가 컸지만, 현실은 달랐다. 연기 인생의 오답노트에 쓰고 더 좋은 작품을 받아들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
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영화배우 하정우(45)가 팬데믹 이후 얼어붙은 여름 극장가 상황을 절감하며 털어놓은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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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영화배우 하정우(45)가 팬데믹 이후 얼어붙은 여름 극장가 상황을 절감하며 털어놓은 고백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비공식작전’은 지난달 2일 개봉해 105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모로코와 이탈리아 현지 촬영이 70%에 달해 2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었기에 손익분기점(약 600만 명)도 높았다. 하정우는 한국 영화 최초로 시리즈 연속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신과 함께: 죄와 벌’(2017년), ‘신과 함께: 인과 연’(2018년)의 주연을 비롯해 다수 영화에서 성공한 ‘흥행 보증수표’와 같은 배우다. 그런 그도 팬데믹 후 달라진 관객들의 온도에 맥을 못 췄다.
극장가에서 여름 시즌(7, 8월)은 대표적인 성수기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엔데믹 후 첫 여름을 맞아 지난달 ‘밀수’를 시작으로 쌍천만 흥행 기록(‘신과 함께’ 시리즈)을 세운 김용화 감독의 5년 만의 신작 ‘더 문’을 비롯해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대작 한국 영화가 연달아 개봉했다. 영화계는 대작 영화의 잇단 개봉이 극장가에 활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기대했지만, 4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밀수’가 유일하다. 제작비 280억 원이 든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손익분기점이 600만 명이었지만, 관객은 51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제작비 1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영화들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중소형 작품은 공포 영화 ‘옥수역 귀신’ 단 1편뿐이었다. 그나마 저예산 영화여서 손익분기점(20만 명)을 넘길 수 있었다.
영화계에선 한국 영화의 부진을 놓고 여러 분석을 내놓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팬데믹 기간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단 점이다. OTT 한 달 구독료에 맞먹는 영화 관람료를 지불하고 극장을 찾을 땐 ‘극장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인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
팬데믹 때 영화 제작 및 개봉이 연기되면서 스타 배우, 유명 감독, 스태프 등 대다수가 OTT로 넘어갔다. 그렇다 보니 스타가 출연하고 탄탄한 스토리에 화려한 연출을 자랑하는 OTT 작품이 많다. 더 이상 관객들이 영화에만 출연하는 ‘영화배우’를 보러 극장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개봉작 대다수가 극장에서 내려오면 OTT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일부 관객 사이에선 ‘정말 끌리는 영화가 아니면 기다렸다가 OTT에서 보겠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한국 영화 부활의 필수조건은 ‘양질의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다. 뻔한 전개와 한물간 신파, 자기복제가 의심되는 연기에 대한 대중의 평가 잣대는 엄격해졌다. 내년 여름 극장가에선 ‘한국 영화의 저력을 맛봤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으면 좋겠다.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인생의 오답노트’가 다시 펼쳐지지 않길 기대해본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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