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역사' 손흥민 'BBC 이주의 팀' 스리톱, 해트트릭을 더욱 빛나게 하는 기록이 있다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베스트11 조건은 해트트릭이다. 이를 달성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당당히 주간 베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4일(한국시간) 영국 'BBC'는 지난 주말 펼쳐진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활약을 고려한 이주의 팀 11명을 선정했다. 3-4-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손흥민이 스리톱의 왼쪽 윙포워드에 발탁됐다.
손흥민은 이틀 전 번리 원정에 나서 해트트릭을 폭발했다. 골문과 가까워지자 파괴력이 살아났다. 올 시즌 개막하고 왼쪽 윙포워드로 주로 출전하면서 슈팅보다 패스에 집중하는 플레이 메이커 성향을 보여왔다. 동료의 골 기회를 만들어주는 패스도 잘하는 손흥민을 보여주긴 했으나 호쾌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드는 장면은 아쉽게도 없었다.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4경기 내리 무득점이 이어지던 손흥민이 시원하게 마수걸이 득점에 성공했다. 한번 물꼬를 트자 해트트릭으로 몰아넣는 기염을 토했다. 손흥민이 보여준 세 골은 문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과 골망을 자주 흔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해트트릭의 시작은 전반 16분이었다. 토트넘이 0-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역전 승리에 발판을 만드는 귀중한 동점골이었다. 장점도 잘 나타났다. 역습 상황이 되자 최전방에서 바로 상대 진영으로 달렸다. 후방에서 넘어온 볼을 침착하게 받아 주변에 있던 마노르 솔로몬에게 패스했다.
그리고 다시 문전을 향해 움직였다. 솔로몬도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차분하게 다시 연결했다. 이를 받은 손흥민은 상대 골키퍼가 골문을 박차고 나오자 절묘하게 볼을 찍어차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득점으로 토트넘은 분위기를 바꿨다. 공세 흐름을 갖춘 토트넘은 전반 추가시간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역전골을 뽑아냈다. 코너킥 공격에 가담한 로메로는 문전 혼전 이후 뒤로 흐른 볼을 강한 중거리 슈팅으로 마무리해 골문 구석에 꽂았다.
손흥민과 로메로의 골로 경기를 뒤집은 토트넘은 후반 계속 오름세를 탔다. 8분 만에 매디슨도 오른발 슈팅으로 번리 골망을 흔들면서 확 달아났다.
앞으로는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시간이었다. 후반 18분 아크 정면에서 솔로몬의 낮게 깔린 패스를 가볍게 밀어넣은 손흥민은 불과 3분 뒤 페드로 포로의 절묘한 얼리 크로스를 받아 왼발로 번리 골문을 재차 저격했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록한 네 번째 해트트릭이자 프로 통산 7호 해트트릭이었다. 쇼타임을 마친 손흥민은 후반 27분 히샤를리송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번리를 찾은 원정 팬들은 손흥민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면서 주장의 활약에 기뻐했다.
평가는 대단했다.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축구 통계 매체들의 평가가 한결 같았다. '소파 스코어'는 72분 동안 뛴 손흥민에게 평점 9.2점을 줬다. 손흥민은 이날 3골을 포함해 볼터치 27회, 패스 성공률 82%(17회 중 14회 성공), 키패스 1회, 크로스 1회(1회 시도) 등을 기록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양팀 최고인 9,6점을 줬다.
언론도 엄지를 치켜들었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10점 만점의 10점을 줬다. 매체는 "손흥민의 첫 골은 아름다웠다. 두 번째 골은 침착했다"며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에 완벽하게 작용한다"고 원톱으로 임해 활약한 면을 주목했다. '스카이스포츠'도 "손흥민은 무자비한 결정력을 보여줬다. 슈팅이 아주 영리했다"면서 가장 높은 9점을 줬다.
정말 기다렸던 득점포다. 손흥민 개인은 물론 토트넘이 고민을 단숨에 날릴 만한 소식이다. 토트넘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포인 해리 케인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시켰다. 케인은 토트넘에서만 통산 435경기를 뛰며 280골과 64개의 도움을 올렸다. 오랜기간 토트넘의 골을 보장하던 카드였다.
그런 케인이 떠났으니 시즌별로 20~30골이 구멍난 셈이다. 이를 대체할 카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초반에 스트라이커로 기회를 줬던 히샤를리송은 힘이 붙지 않았다. 이적 시장 마감일에 급히 데려온 브레넌 존슨도 아직은 미완의 대기다.
결국 손흥민이 해내야 했다.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득점을 위해 손흥민을 스트라이커에 기용하면서 '손톱' 전략을 꺼냈다. 그리고 해트트릭으로 보답했다.
이를 본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고 원톱을 영입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손흥민이었다"고 웃었다. 더불어 손흥민과 함께 주장단이 모두 골을 넣자 "이것이 이들을 주장단으로 선임한 이유"라고 기뻐했다. 급기야 수훈 선수로 선정된 손흥민이 방송 인터뷰를 하자 난입하는 익살도 보여줬다.
동료들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마다 함께 세리머니를 즐긴 부주장 제임스 매디슨은 경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손흥민과 함께 나온 사진을 게재했고 "최고의 주장"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한 매치볼을 자신이 챙기려는 장난을 건넨 파페 사르도 "해트트릭맨 손흥민"이라며 손가락 3개를 함께 펼쳐보이는 사진을 게재했다. 중앙 수비수로 나서 승리를 지켜낸 미키 판 더 펜도 손흥민과 포옹한 사진을 첨부하며 해트트릭을 축하했고,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는 "손흥민이 돌아왔다"라고 득점포를 가동한 득점왕을 반겼다.
손흥민이 해트트릭으로 프리미어리그 역사의 한쪽을 썼다. 흥미롭게 이번 4라운드에서는 손흥민을 포함해 3명이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의 에반 퍼거슨과 맨체스터 시티의 엘링 홀란드도 손흥민에 맞장구를 쳤다.
퍼거슨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골망을 세 차례 흔들었고, 홀란드 역시 풀럼에 해트트릭을 폭발하며 대승을 이끌었다. 손흥민과 퍼거슨, 홀란드처럼 한 라운드에서 3명의 선수가 해트트릭을 한 건 28년 만의 대기록이다.
그런만큼 이들이 베스트11에도 최전방을 지켰다. 손흥민이 왼쪽, 홀란드가 가운데, 퍼거슨이 오른쪽에 배치한 베스트11 공격진 그림이 완성됐다.
이들과 함께 지난 주말을 프리미어리그를 수놓은 자원들로는 데클란 라이스, 마르틴 외데고르(이상 아스날), 도미닉 소보슬라이(리버풀), 매디슨, 크리스티안 로메로(토트넘), 커트 주마(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조 워럴(노팅엄 포레스트), 조던 픽포드(에버턴) 등이다.
손흥민을 선정한 BBC는 "히샤를리송이 벤치에 앉았는데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근래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다"며 "케인이 떠나고 오히려 토트넘의 움직임은 자유로워졌다.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이어받으면서 긍정적 효과가 생겼다"고 주목했다.
득점이 전부가 아니다. 골 외에 기록에도 주목한 BBC는 "손흥민은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압박(49회)을 가해 11번의 턴오버를 발생시켰다. 스프린트 역시 27회로 데얀 쿨루셉스키, 데스티니 우도지에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다"고 전방에서 가장 활발하게 뛰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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