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스톡옵션으로 거액 벌어도 소득세 ‘0’…정부, 거래내역 제출 의무화 추진

반기웅 기자 2023. 9. 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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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20년 추징액 1474억 달해
자료 낼 의무 없어 신고 누락 잦아

미국 다국적기업 A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한국 자회사 소속 직원 B씨는 A사로부터 주식기준보상을 받았다. 국세청이 B씨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외환 자료를 확인해봤더니, 임직원 대부분은 ‘해외본사 주식투자 원본회수’ ‘개인의 이전거래’ 명목으로 A사 등으로부터 고액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해당 임직원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전수 점검에 들어갔고, 해당 임직원들의 소득세 신고 누락을 확인해 세금을 추징했다.

최근 10년간 고액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아 과세 당국이 적발, 추징한 세금이 14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외국계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점검 결과여서 실제 조세 회피 규모는 추징 금액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주식기준보상 행사소득 미신고 혐의자 점검 결과’를 보면 국세청이 2011~2020년(귀속)에 외국 모법인으로부터 주식기준보상을 받아 행사하고도 신고를 누락한 다국적기업 임직원 3051명에게서 추징한 세금은 1474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기준보상은 스톡옵션이나 주식 및 주식가치에 상당하는 금전으로 지급받은 상여금을 뜻한다. 주식기준보상은 노동의 대가로, 현행 소득세법은 국내 자회사에 근무하는 임직원이 외국 모법인으로부터 주식기준보상을 받아 행사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에 대해 소득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모법인으로부터 주식기준보상을 받아 이익을 챙기고도 과세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아 소득세를 누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식기준보상을 받거나 행사할 경우 거래내역 등 자료 제출에 대한 의무가 없어서다.

실제로 국세청이 국외에 모회사를 둔 국내 자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점검 과정에서도 자료 제출과 소득세 신고를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과세 당국과 납세자 간 정보 비대칭이 조세 회피 규모를 키우는 형국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일본은 2012년 세법 개정을 통해 외국 모회사가 국내 임원 등에게 경제적 이익을 공여하면, 해당 내국법인 또는 연락사무소 등이 관할 세무서에 의무적으로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한국 정부도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2023년 세법개정안’에 주식기준보상 등 거래내역을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정 의원은 “스톡옵션은 소득세 납세 의무가 있는 근로소득”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도 개선을 통해 공정한 납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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