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카르텔 끊는다던 LH, 용역 중단 업체 다수가 ‘무관’
LH 퇴직자 한 명도 없는 업체도 19곳 달해…손배소 역풍 가능성
‘최대한 합의’ 방침 세웠지만 ‘10% 지급’ 판례 기준 65억 보상해야
“저희는 LH 전관에 대한 배임보다는 국민에 대한 배신을 (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관 업체와 체결된 용역 11개 사업을 전면 중단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용역에 참여한 업체 모두를 ‘전관’으로 규정지으면서 “강도 높은 수술”(지난달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자단 간담회)을 단행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취소 통보를 받은 업체 3곳 중 2곳이 LH 전관은 물론 철근 누락 아파트와도 상관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절차적 준비나 엄밀한 조사 없이 용역 계약을 일괄 취소하면서 손해배상 등 행정소송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을 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11개 설계·감리 용역에 참여한 45개 업체 중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전관 업체는 총 13곳이었다. 법령상 문제가 되는 전관 업체란 퇴직한 지 3년이 안 됐는데 LH 2급 이상을 고용한 경우(취업제한 규칙)와 퇴직한 지 5년이 안 된 전관이 있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경우(수의계약 금지 조항)다.
45곳 중 취업제한 규칙을 위반한 업체는 총 3곳이었고 수의계약 금지 조항을 위반한 업체는 10곳이었다. 반면 이들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어 용역에 함께 참여한 나머지 32개 업체는 소속된 166명 모두 법령상 문제가 될 전관에 해당하지 않았다. LH에서 3급 이하로 퇴직했거나 이미 퇴직한 지 5년이 지나 수의계약을 체결해도 문제가 없는 경우였다. 퇴직자가 한 명도 없는 업체도 19곳에 달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소송이 진행되면 LH가 손해배상 책임을 물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LH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홍보를 하는 로펌도 등장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전관 고위직이 있다고 해도 용역 절차를 법적으로 중단할 수 있을지는 별개인데, LH 퇴직자가 한 명도 없는 경우면 배상 책임을 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H도 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합의를 이끌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달 20일 전관 업체와의 계약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히면서 “해당 업체와 협의해 보상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판례에서는 전체 용역 규모의 10% 수준을 지급하도록 했다. LH가 이번에 취소한 계약은 모두 648억원 규모로 10% 수준을 지급한다면 보상액만 65억원에 달한다.
국토교통위 소속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예결위 질의에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정부가 물게 될 손해배상금 규모가 막대하다며 “원 장관은 업체들이 밉다고 계약을 중지했는데 (판례를 보면) 전관 업체들은 일도 안 하고 자기가 얻을 수 있는 이윤만큼 소송(배상금)으로 다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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