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 “완성차 3사와 협상 결렬 땐 동시 파업”

김유진 기자 2023. 9. 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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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 구조조정 위기감…40% 임금 인상 등 요구
GM·포드·스텔란티스, 두 달째 외면…‘빅3’ 초유의 위기
미 경제 타격 우려…한국 배터리기업에도 악영향 가능성

미국 3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의 동시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사 소속 노동자 약 15만명이 조합원으로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는 급속한 전기차 전환에 반발하며 사측에 임금 인상, 고용 보장, 복지 혜택 확대 등을 요구해왔으나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실제 파업이 일어날 경우 미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노사 간 임금협상 시한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방송도 전날 “빅3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UAW 노조원의 파업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빅3 제조사들과 UAW는 지난 7월부터 단체교섭을 벌여왔으나 접점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UAW는 4년간 임금 40% 인상, 복지 혜택 확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생활비 지급 확대, 저연차 직원에게 불리한 임금체계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의 요구에 GM, 스텔란티스는 아무런 제안을 내놓지 않았고, 포드는 요구 수준에 못 미치는 9% 임금 인상과 일시급 지급을 제안하면서 협상 결렬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노조가 ‘40% 임금 인상’과 같이 강경해 보이는 요구를 내건 기저에는 업계의 전기차 전환으로 공장 폐쇄 등에 따른 감원과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UAW가 사측에 전기차 공정 전환 시에도 고용을 보장할 것, 배터리 공장 노동자에게도 자동차 공장과 동일한 임금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기업들이 차량 판매 호조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노동자들에겐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4년간 노동자 임금 인상률은 3%대였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마감 시한인 9월14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즉각 시위에 돌입할 것을 시사해왔다. 이는 역대 UAW 위원장이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식으로 ‘시간 벌기’를 해온 것과는 다른 강경한 행보다.

페인 위원장은 강성 기조와 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노조 개혁을 주창하며 지난 3월 현직 위원장을 꺾고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업 임직원들이 재택근무하는 사이 생산라인 노동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장시간 노동을 했다고도 꼬집었다.

빅3 자동차 기업의 동시 파업은 전례가 없다.

미 제조업에서 남다른 위상을 가진 자동차 산업은 미 국내총생산(GDP)의 약 3%를 차지한다. 이에 파업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미국 경제에 무시 못할 경제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패트릭 앤더슨 앤더슨경제그룹 대표는 3대 기업 파업이 열흘 동안 진행될 경우 총임금 손실은 8억5900만달러, 제조업체 손실은 9억89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UAW 협상 추이와 파업 실시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UAW는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전환이 노동자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다며 반발하고 있고, 2020년 대선 때와는 달리 아직까지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친노조’를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조합원 숫자만 40만명에 달하는 UAW의 지지가 절실하다.

UAW 협상 타결 여부는 마국에 투자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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