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 국방장관 경질한 젤렌스키 “새 접근법 필요”
우크라, EU·나토 가입 위해 강력한 부패 청산 드라이브
후임에는 러시아에 대한 저항 상징하는 크름 타타르인
러시아와 1년8개월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3일(현지시간) 개전 초기부터 함께했던 국방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위해 추진 중인 부패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신임 국방장관으로는 러시아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크름 타타르인 출신인 루스템 우메로우 국유자산기금 대표(41·왼쪽 사진)가 지명됐다. 그는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조직을 잘 추슬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연설에서 “550일 이상 전면전을 이끌어왔던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부 장관(오른쪽)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며 “국방부에 군대와 사회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다른 형식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어, 영어, 폴란드어에 능통한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021년 11월부터 국방장관을 지내면서 서방으로부터 무기 지원을 끌어내고 군 무기체계 서구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부 핵심 인사다. 뉴욕타임스(NYT)는 “(레즈니코우 장관 경질은) 러시아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의 가장 큰 쇄신”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전격적인 국방장관 교체 배경에는 젤렌스키 정부의 강력한 부패 청산 작업이 자리 잡고 있다. 부패 청산은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자, EU와 나토가 우크라이나 가입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사항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EU와 나토 가입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부패 청산 작업은 전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초 주지사, 국방부 차관, 검찰 부총장, 대통령실 차장 등 고위관료들을 잇달아 갈아치우며 부패 혐의 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11일에는 징집 비리 의혹이 일자 모든 지역의 징집 책임자를 해임했고, 이달 들어서는 지난 2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억만장자 사업가 이호르 콜로모이스키를 사기 등 혐의로 체포했다.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올 들어 불거진 군 납품 비리와 관련해 꾸준히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지난 2월에는 후임자 이름까지 거론됐으나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를 앞두고 안보 리스크가 제기돼 경질이 유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국방장관 경질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면서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인식, 군납 계약 스캔들에 대한 우크라이나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의 비판, 레즈니코우 본인의 사임 요청” 등을 교체 배경으로 지목했다. CNN은 “레즈니코우 전 장관이 직접 연루된 것은 아니지만 부패 스캔들이 그에게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신임 국방장관에 지명된 우메로우 대표는 러시아로부터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온 크름 타타르인이다. 크름 타타르인은 크름반도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으로, 역사적으로 과거 러시아의 통치 아래 박해를 받았으며 크름반도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뒤에는 러시아에 맞서 저항운동을 벌여왔다. 우메로우 대표는 야당인 홀로스(목소리)당 소속 의원이긴 하나 전쟁포로·정치범 맞교환, 점령지 민간인 대피, 흑해곡물협정 등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요 협상에 참여했다. 지난해 9월 국유자산 민영화를 감독하는 국유자산기금 대표로 취임해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조직을 잘 정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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