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재판’ 강조한 이균용, 재판 중인 판사 ‘청문회 준비’에 차출
심리 중인 사건에 지장 우려
‘후보자 발언과 배치’ 지적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진)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고등법원 판사 2명이 차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중인 판사를 차출한 데 뚜렷한 근거가 없고 해당 재판부가 심리 중인 사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법원의 과제로 “신속한 재판”을 강조해왔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고등법원 소속 A판사와 대전고등법원 소속 B판사는 최근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차출됐다. A판사는 2019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을, 2020~2022년 사법정책심의관을 지냈다. B판사는 이 후보자가 2021~2023년 대전고등법원장일 때 같은 법원에서 일했다. 이 후보자가 신뢰하는 인물을 차출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 내부에선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재판 중인 판사를 차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사청문회까지 2~3주 정도 자리를 비우면 해당 재판부의 사건 심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에 지명된 후 ‘신속한 재판’을 강조해온 이 후보자의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서초동에 마련된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사법부 구성원 전부를 통합하고 화합해 공통된 비전을 설정하는 것”이라며 “판사들 전원이 충실하고 신속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의 법관 심의관이 줄어든 영향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법관 심의관 수가 크게 줄다 보니 청문회 준비를 위해 일선 판사를 차출하게 됐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판사를 차출한 근거도 불분명해 보인다. 일선 판사가 법관회의나 사법연수원 강의 등에 참석할 때는 출장 명령을 받게 되는데, 인사청문회의 경우 이러한 일정들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것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과거에도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준비 시(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 시절) 일선 법원 소속 법관이 청문회 준비 지원 업무를 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판사 차출 근거를 묻는 질문에는 따로 답하지 않았다.
김희진·이혜리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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