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수사·친윤 검사…윤 대통령 ‘검찰 직할체제’ 굳히기

이보라·강연주 기자 2023. 9. 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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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한동훈과 이주호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민 북송·서해 피살 등 담당
박기동, 대검 공공수사부장에
‘상갓집 항명’ 당사자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발탁
신봉수, 수원지검장으로 전보
‘이재명 관련 수사’ 계속 지휘

법무부가 4일 단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승진하거나 요직을 차지한 검사들 다수는 공통점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근무연이 있거나 전 정권(야권) 수사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간부였던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사법연수원 29기)이 검사장으로 승진한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검찰 업무와 관련한 중대 비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가 고위급 검찰 인사를 단행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도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요직을 싹쓸이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검찰 직할 체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 부장은 이날 법무부가 단행한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 인사에서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로 승진했다. 손 부장은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권(현 더불어민주당)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고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을 김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예비후보)에게 전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손 부장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고, 검찰총장은 윤 대통령이었다.

정치권과 결탁해 총선에 개입하려고 했다는 게 손 부장이 받는 혐의의 요지이다.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의 사적 남용, 검찰의 대선 개입과 같은 중대 범죄 혐의 피고인이다. 검사장은 ‘검찰의 꽃’으로 불린다. 중대 비위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는 인물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고 도리어 고위직에 영전한 것은 검찰뿐 아니라 다른 공직 사회에서도 극히 드문 일이다. 문재인 정부 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한 사례가 있다.

손 부장의 검사장 승진은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사건으로 기소된 검사들이 비수사부서로 좌천된 것과 대비된다. 전 정권 인사로 꼽히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경우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감찰 절차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그를 보좌한 간부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대변인이던 이창수 성남지청장(30기)은 전주지검장(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성남지청장 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와 기소를 지휘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밑에서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을 지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박기동 서울중앙지검 3차장(30기)은 전국 검찰의 공안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에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조작 사건 등 전 정권과 관련된 공안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대변인을 지낸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29기)은 자리를 지켰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공정거래조사부장이던 구상엽 서울남부지검 1차장(30기)은 법무부 법무실장(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전국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요직인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는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29기)이 발탁됐다. 양 검사장은 2020년 심재철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한 이른바 ‘상갓집 항명’ 사건의 당사자다.

전 정권 수사에 관여했던 검사들도 대거 승진했다. 서울동부지검에서 문재인 정부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지휘한 심우정 인천지검장(26기)과 성상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30기)는 각각 ‘검찰 2인자’로 꼽히는 대검 차장검사와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현 정부 들어 진행 중인 야권 관련 수사의 지휘 라인은 대부분 수평이동하거나 유임됐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은 유임돼 계속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야권 관련 사건을 수사 지휘한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신봉수 대검 반부패부장(29기)은 수원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송경호 중앙지검장이 유임되고 신봉수 반부패부장이 수원지검장으로 이동한 것을 보면, 이 대표가 관련된 주요 사건 수사를 잘 챙기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조직의 안정 차원에서 어려운 사건을 잘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보라·강연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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