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 장기화…다급해진 정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예타 면제”

박상영 기자 2023. 9. 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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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활성화 ‘181조 지원안’ 발표
반도체·2차전지 경쟁력 강화
전문가 “중국 경기 회복이 관건”

정부가 11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자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180조원 규모의 무역금융 공급과 반도체, 2차전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카드까지 꺼냈다.

전문가들은 “소비와 투자 모두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수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결국 수출 반등은 중국과 반도체 경기 회복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출 활성화 추가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첨단반도체 제조공장이 몰려 있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신속히 완성하기 위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산단 부지 조성을 담당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의 공공기관 예타를 건너뛰게 해주는 방식이다. 또 반도체 특성화대학, 단기 교육과정 등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생태계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중소·중견기업의 금융지원도 강화키로 했다.

배터리 성능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차세대전지 연구·개발(R&D)에 대한 신속 예타도 11월까지 추진한다. 포항2차전지 특화단지에는 용수 공급시설도 구축하기로 했다.

K콘텐츠·미디어 프로젝트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1조원 규모의 ‘K콘텐츠 전략 펀드’도 조성한다. 체코, 폴란드 등 신규 원자력발전소 도입이 유력한 국가를 대상으로는 금융 지원과 맞춤형 세일즈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정부는 수출 지역 다변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협력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한국·폴란드 차관급 협의체를 9월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고위험·저신용국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수출입은행 특별계정 2500억원도 추가 조성한다.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대표적 애로사항인 무역금융·마케팅·해외인증 지원에도 나선다. 정부는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연말까지 최대 181조4000억원의 무역·수출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 무역금융 잔액 158조6000억원에 새 수출판로 개척 지원 명목으로 22조8000억원을 민관 합동으로 추가 공급한다.

다양한 수출 마케팅을 지원하는 수출 바우처 지원 규모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238억원 늘린 1679억원으로 확대한다.

사상 최대 무역금융 지원에도…수출 반등 “글쎄”

유커 비자 발급 수수료 면제
중국 관계개선 대책도 제시

전문가를 일대일로 매칭해 해외인증 신청부터 획득까지 밀착 지원한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도 올 하반기에 기저효과 이상의 강한 수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금융을 투입했지만 수출을 증가세로 되돌리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또 용인 국가산단은 빨라야 2026년부터 조성이 시작된다. 그동안 정부는 대통령 주재 ‘수출전략회의’를 통해 범부처 수출확대 전략 등을 수립하고 업종별 산업전략 원탁회의, 범부처 수출상황 점검회의 등을 잇달아 열었지만 수출 감소세를 막지는 못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출 반등을 노렸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 부동산시장 위기로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중 수출 반등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느리게 진행될 위험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중국 경기회복이 향후 수출 반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인지 그동안 사실상 ‘탈중국’을 내건 정부도 이날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노린 대책을 내놓았다. 중국인의 방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중국 단체관광객 전자비자 발급 수수료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면세쇼핑 환급 등을 간소화하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정부 간 고위급 회담은 지난 5월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연내 개최하겠다는 언급만 했을 뿐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현지 경기침체 등으로 대중 수출이 어렵다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중국은 국민과 정부가 사실상 한 몸인 만큼 고위급 접촉 등을 늘리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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