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에 가려진 ‘월미도의 눈물’… 정부·인천 수십년 외면 [집중취재]
민간인 100여명 집단 희생 추정
보상 미흡에 市 “증언기록 사업과 지원 총력”
“네이팜탄이 떨어지자 주민 모두 갯벌을 몸에 바르고 대피했다. 이후 동네는 폭삭 완전히 무너졌다. 우린 돌아갈 곳이 없었다.” 2007년 10월25일 임인자(당시 15세) 외 3명의 증언.
인천시가 6·25 한국전쟁 당시 9·15 인천상륙작전의 5일 전 발생한 ‘월미도 미군폭격 사건’의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상륙작전을 통한 승전의 역사 이면에 있는 피해자들의 희생을 되돌아보고 이들의 보상은 물론 귀향을 위한 지원책 마련 등이 시급하다.
4일 인천시에 따르면 오는 14~19일 팔미도 등대 탈환·점등을 비롯해 해상전승기념식과 연합상륙작전 재연 등 ‘인천상륙작전 기념 주간’을 맞아 각종 행사를 열고 인천상륙작전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그러나 인천상륙작전 의미와 함께 월미도 미군폭격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한 위령 및 기록사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008년 ‘월미도 미군폭격 사건’을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으로 규정했다. 진실화해위는 1950년 9월10일 월미도 마을에 가해진 미군의 폭격으로 인해 약 100여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진실화해위는 미군이 당시 인민군의 관문 인천 월미도를 집중 폭격하면서 민간인 마을까지 파괴했다고 봤다.
이날 이뤄진 폭격으로 월미도 밖으로 피난을 떠났던 주민들은 고향을 잃거나, 가족의 주검을 맞이해야 했다. 당시 월미도 마을에는 120가구, 600여명이 살았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정부가 미국정부와 적극 협상해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보상에 나설 것과 위령사업을 지원할 것, 월미도 원주민의 귀향 지원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앞서 월미도 원주민들은 지난 1952년 3월 ‘고향인 월미도로 돌려보내 달라’고 진정을 냈고, 당시 표양문 인천시장은 “지금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 도리가 없다. 미군이 철수하면 들어가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들 피해자들은 70여년이 훌쩍 지나도록 여전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의 ‘월미도 미군폭격 사건’의 지원 사업은 매월 25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이 전부다. 시는 ‘인천시 과거사 피해주민의 생활안정 지원 조례’에 따라 진실화해위에서 피해자로 지정한 37명 중 인천시민 25명만 지급하고 있다. 나머지 12명은 타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이 보상조차 받지 못한다.
반면 경기도는 지난 2018년부터 진실화해위에서 규정한 인권침해사건인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 사건’을 기록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조례를 통해 피해자의 생활안정지원금은 물론 유해 발굴, 유적지 정비 및 관리사업, 위령제 등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유적지 순례 사업, 문화·학술 기념사업, 의료지원, 심리치료 사업 등 다양한 지원체계를 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월미도 미군폭격 사건 피해자들을 기리고 이들의 귀향을 돕는 것은 물론, 희생을 기록하는 등 적극적인 위령 및 기록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장은 “귀향 관련해 (국방부와 협의를 하고 있지만) 큰 진전이 없다”며 “보상이 아닌 귀향을 원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있는 것”이라며 “인천상륙작전의 역사를 기념하려면 월미도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올해 월미도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는 사업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위령·기록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던 만큼, 이들을 최대한 지원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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