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르도안 정상회담… 우크라 곡물 수출길 다시 열릴까

이지안 2023. 9. 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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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흑해 곡물 협정 재개를 논의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만나 지난 7월 러시아가 일방 파기한 우크라이나와의 곡물 수출 협정 복원 의제를 회담 테이블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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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소치서 회동… 흑해곡물협정 재개 논의
유엔, 러 동결 자산 일부 해제 등
튀르키예 통해 ‘협정 조건’ 전달
푸틴의 새 곡물 수출구상도 논의
‘중재’ 자처한 에르도안 “진전있어”
크레믈궁도 “건설적 회담” 평가
러, 회담 전 대체 수송로 폭격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흑해 곡물 협정 재개를 논의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만나 지난 7월 러시아가 일방 파기한 우크라이나와의 곡물 수출 협정 복원 의제를 회담 테이블에 올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AP뉴시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서방 사이 ‘중재자’ 역할에 적극적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설득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회담을 시작하며 “그(곡물 협정) 문제에 대한 협상에 우리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회담 후 우리가 기자회견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전 세계, 특히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에 중요한 진전일 것”이라고 ‘중대 발표’를 예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이날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첫 양자회담을 마친 뒤 “건설적이었다”고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의 마음을 돌려 가을밀 수확 철에 맞춰 러시아를 협정에 복귀시키며 다시 한 번 유럽 전역에 자신의 중재자 지위를 과시하기를 원한다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파기된 첫 협정을 유엔과 함께 중재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대표 업적으로 강조해 왔다. 차제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는 평화 협정의 기틀로 삼는 구상도 계획하고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

두 대통령은 유엔이 제시한 협정 재개 조건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지난달 31일 러시아 은행과 자산에 가해진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을 튀르키예를 통해 러시아에 전달했다.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의 유럽 자회사를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퇴출당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 포함하고, 유럽 내 러시아 비료회사 자산에 대한 동결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내용이다.

러시아가 협정을 중단하면서 내세운 복귀 조건 중 핵심이 자국 농업은행의 SWIFT 재가입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 제재로 국가 간 자금 결제망인 SWIFT에서 퇴출당했다.
마주앉은 에르도안·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4일(현지시간) 흑해 연안 휴양지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소치=로이터연합뉴스
양국 정상은 지난주 외무장관 회담에서 논의된 푸틴 대통령의 새 곡물 수출 구상도 논의했다. 러시아는 100만t가량의 자국산 곡물을 튀르키예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튀르키예 기업이 이를 밀가루로 가공해 아프리카 등 필요한 국가로 수출하고, 카타르가 이 과정의 재정 보증인을 맡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구상이 현실화하더라도 협정 파기 이후 요동치는 국제 곡물 가격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4800만t에 육박하는 러시아의 총 밀 수출량에 비하면 100만t은 턱없이 부족한 양이며, 협정 파기 전 우크라이나의 수출량에 비해서도 매우 적은 양”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회담을 몇 시간 앞둔 4일 새벽에도 협정 중단 이후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수출하는 주요 대체 수송로인 다뉴브강 이즈마일 항구에 3시간 넘게 드론 폭격을 퍼부었다. 전날 밤새 레니항에 폭격을 퍼부은 데 이어 다뉴브강 주요 2개 항구 모두를 공격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킨 것이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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