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밝힌 '천 개의 불빛'...제주서도 추모 물결
교육부 징계 으름장에도 교육청 앞 검은 옷 추모객 인산인해
교사들 '더이상 동료 죽음 바라만 볼 수 없어' 대책 마련 촉구
"교사는 죽어도 교실에서 죽어야 하나" 울분 토하기도
'교사도 사람' 한목소리.."모두 위해 더 많이 울고, 떼쓰겠다" 피력
교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 서이초 교사의 일로 촉발된 교권 보호 목소리가 오늘(4일) 전국적으로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 문화제로 이어진 가운데, 제주에서도 1천 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해 추모의 마음을 전하며 교육활동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교육부의 강경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제주에선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제주자치도교육청 앞마당에서 교권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교육 멈춤의 날' 9.4 제주 추모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문화제 시작 전부터 추모의 의미를 담아 검은 색 옷을 입은 교사들을 비롯한 제주도민들의 발길이 도교육청으로 잇따랐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발걸음하거나 유모차를 끌고 행사장을 찾은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추모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행사 주최 측은 행사 초반 미리 준비한 '교권보호 장치 마련하라', '아동학대법 즉각 개정하라'는 내용의 피켓 1천 장이 동났다며 이날 행사 참가자들의 규모를 가늠케 했습니다.
행사 참가자들은 동료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애도의 마음을 나누는 한편, 교사들을 사지로 모는 교육계의 구조적 모순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교사들의 추모 발언을 이어지자 여러 참가자들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사위가 어두워지고 문화제의 마지막 순서가 되자 참가자 전원이 휴대전화 불빛을 켜고 노래를 합창하며 앞으로의 개선 의지를 다졌습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고모씨는 이날 첫 추모 발언에서 이번 사태를 보며 "교사는 죽더라도 학교에서 죽어야 하냐며 자조했다"고 말했습니다.
고씨는 "나의 무기력한 패배주의와 자조 섞인 체념과 방관이 서이초 선생님과 수많은 선생님의 흑백 시간에 일조했음을 깨달았다"며 "그래서 더 많이 슬퍼하고, 울고, 화내고, 떼 쓰려고 한다.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올해로 16년째 교직에 몸 담고 밝힌 A씨는 "사실 이기적인 교사로 살아온 제가 선생님을 위로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운은 뗐습니다.
A씨는 "주변을 돌보지 못 했고 다른 선생님들이 어떤 힘듦을 겪는지 무관심했다"며 "아니 알아도 모른척 지나쳐버렸는지도 모른다. 선배 교사로서 조금 더 나은 교직을 만들어 놓지 못해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4년차 초등교사라고 밝힌 B씨는 "전 행복한 교사가 되고 싶다.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을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며, "학부모를 대하는 교사와 학교의 태도가 바뀌고, 교사가 교사를 대하는 태도도 바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B씨는 "법적으로 정서적 학대에서 교사들이 보호받기를, 악성 민원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란다"며, "학부모와 교사가, 교감, 교장과 교사가, 멈춤을 선택한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가 적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전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교사들의 추모행위와 관련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일선 학교에 하달했던 도교육청의 수장, 김광수 제주도자치도교육감도 이날 행사에 자리했습니다.
김광수 교육감은 "교육감이 아니라 선배 교사로서 이 자리에 섰다"며, "선배 교사로서 서이초 선생님의 꿈을 지켜주지 못해 가슴이 저려온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추모문화제는 49재 의미도 있지만, 열심히 교육현장을 지켜오신 선생님들의 헌신과 뜻을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하다"면서 "오늘 9.4추모문화재 모인 선생님들의 호소는 우리 학교 현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계기가 될 것이다. 교육감으로서 선생님들의 의견 적극 반영해 교육활동을 위한 입법활동 등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공교육 멈춤의 날'로 선언된 이날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교사가 연가나 병가를 내고 추모 문화제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제주에선 194명(연가 110명·병가 84명)의 교원이 연가 등을 통해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제주자치도교육청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연가, 병가자"라고 밝히면서도, 수업 공백을 우려해 별도 인력풀을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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