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정리·교통정리까지…'질서정연'했던 광주 교사 집회

서충섭 기자 2023. 9. 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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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돌아가신 선생님의 죽음을 슬퍼하는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옆사람과 손잡고 함께 하자는 이 순간 이 마음을 잊지 맙시다."

집회에 참석한 각화중학교 안규심 교장은 "덥다가 소나기가 내리는 환경에서도 교사 선생님들이 너무나 멋지고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일 서울 국회 앞 집회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그대로 광주서 재현됐다"면서 "교사들이 위기에 놓여 있는 지금 우리가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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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앞둔 교사 단톡방 통해 자발적 모인 50명 자원봉사
"준법 정신 몸에 밴 교사들을 불법이라며 징계한다는 교육부"
4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광주 추모의 날' 집회에 4000여명의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바둑판처럼 질서 정연하게 대열을 갖추고 있다. (광주실천교육교사 모임 제공) 2023.9.4./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하늘도 돌아가신 선생님의 죽음을 슬퍼하는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옆사람과 손잡고 함께 하자는 이 순간 이 마음을 잊지 맙시다."

4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추모하고 진상 규명과 교권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에 4000명의 교사와 시민들이 참여해 광장을 메웠다.

주최측이 마련한 피켓 4000개가 동이 날 정도로 많은 교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어둑해지던 하늘에서 갑작스레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다.

소나기에 참가자들은 홀딱 젖었지만 '옆 사람의 손을 잡아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추모곡을 부르며 집회 자리를 지켰다.

4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소나기를 맞으면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2023.9.4./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이날 광주 교사들은 병가와 연가를 허용할 수 없다는 교육부 경고에도 불구하고 33명이 연가를, 965명이 병가를 내고 '공교육 멈춤의 날'을 실천했다.

이밖에도 많은 교사들이 조퇴를 하는 등 전교조 광주지부 집계상으로 2453명이 '공교육 멈춤'에 동참했다.

광장에 모인 4000여명의 교사들은 집회 동안 주최측이 집회를 앞두고 설정한 안전선을 질서정연하게 맞춰 앉았다.

대열에 앉지 못한 이들은 방해되지 않게 행렬 뒤에 서서 집회에 참여하며 질서를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4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가 끝난 뒤 자원봉사자 교사들이 바닥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내고 있다.2023.9.4./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교사들의 질서정연한 집회 모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집회가 끝나자 안전선을 만들기 위해 바닥에 붙인 청색 테이프를 일일히 떼어내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쓰레기와 피켓은 집으로', '천천히 이동해 주세요' 등의 안내 팻말을 들고 참가자들이 집회 장소를 안전하게 빠져나갈때까지 들고 안내했다.

수천명의 참석했던 집회 현장이 끝나고 난 뒤 광장 바닥에는 피켓 하나 남지 않을 정도로 깨끗해졌다.

'쓰레기는 집으로' 안내 피켓 든 광주 교사 집회 자원봉사자들.2023.9.4./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집회에 참석한 각화중학교 안규심 교장은 "덥다가 소나기가 내리는 환경에서도 교사 선생님들이 너무나 멋지고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일 서울 국회 앞 집회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그대로 광주서 재현됐다"면서 "교사들이 위기에 놓여 있는 지금 우리가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와 광주교사노동조합, 광주교총,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 등 4개 교육단체가 마련하긴 했으나 자원봉사자들은 단톡방에서 모인 일반 교사 50여명의 참여로 이뤄졌다.

집회를 앞두고 단톡방에서 모인 생면부지의 교사 수십명이 자체적으로 집회 안전공간 마련, 장내 질서 안내, 교통질서 유지, 환경미화 등 업무를 나눠 실천했다.

각 교원단체 대표들도 직접 짐을 나르고 집회 준비를 하는 등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질서정연한 행사가 이뤄졌다.

집회를 준비한 교원단체 4곳 중 한 곳인 광주교사노동조합의 윤정현 위원장도 "많은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도와준 덕분에 큰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면서 "이처럼 준법정신이 몸에 밴 교사들이 거리로 나서 살려달라 목소리를 높이고, 이 교사들을 다시 교육부가 불법이라며 징계하겠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동료 교사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교사들의 마음이 교권회복과 교실의 정상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4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이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가 끝난 뒤에도 피켓 하나 없이 깨끗이 정리된 모습.2023.9.4./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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