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엄포에 굴함 없는 교사 추모행렬, 더 이상의 죽음 없어야
전국 교사들이 4일 집단 연가를 내고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 행사 등에 참가했다. 시·도별로 1000명 안팎 교사들이 빠져 단축·합반 수업을 하는 학교가 속출했다. 교육부의 징계 엄포에도 ‘공교육 멈춤’이 현실화한 것이다. 이날 오후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대로와 전국 시·도교육청, 광주 5·18민주광장, 대전 보라매공원 등지에서도 추모 집회가 열려 수만명의 교사와 시민들이 참가했다. 서울교대·경인교대 등 교육대 교수들과 학생들도 자체 추모 행사를 열었다.
교원단체 주도 없이 일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가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교사들의 요구 사항은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울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특정 단체만의 주장도 아니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사안도 아니다. 교사들은 이번 사태가 정부와 교사 간의 충돌로 비화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시민들도 교사들의 집단 연가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이날 추모 행사장에는 현장 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자녀와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온 학부모들도 많았다. 그러나 교육부는 연가 낸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학교 구성원들이 합의해 결정한 재량휴업에도 형사 고발 방침을 유지했다. 교사의 죽음에 무릎 꿇고 사죄해도 부족할 판에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지난 3일 경기 용인에서는 현직 교사가 또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에 이어 나흘 새 3명째다. 이번에 숨진 교사는 고교에서 체육을 담당하고 있는 60대 남성으로 정년을 1년가량 남겨둔 상태였다. 고인은 체육 수업 중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 한 명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맞아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 피해 학생 측으로부터 고소당하고, 교육청 감사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슬프고 안타깝다.
교사들이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초교 교사부터 60대 고교 교사까지 학교급이나 연령·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교사가 악성 민원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교사들은 이날도 “수많은 교사들이 민원과 고소의 위협으로 무너져갈 때 교육부는 어디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교사를 살리기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 학생 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제기된 학부모 민원과 교육청 감사, 경찰 수사 등을 전수조사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더 이상 교사의 죽음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교사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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