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 속에 우린 멈춰있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식]

정윤경 인턴기자 2023. 9. 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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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강당서 추모식 열려…고인 생전 모습 나오자 울음바다
동료교사·후배 “아무 일 없었단 듯 돌아와 주면 안 되겠니”
추도사 도중 ‘울컥’ 눈물 보인 이주호…일부 추모객 등 돌려

(시사저널=정윤경 인턴기자)

4일 오후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연 '49재 추모식'에서 동료 교사들이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너를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 속에 우리는 멈춰있다." (서이초 동료 교사)

"따뜻한 언니 목소리가 계속 생각이 난다." (고인 대학 후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인 가족)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을 맞아 서이초에 다시 사람들이 모였다. 4일 임시휴업을 결정한 서이초 운동장엔 시민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돼 이날 오전부터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오후 서이초 강당에서는 고인의 가족, 학교 선후배, 동료 교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49재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추모식은 고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로 인해 결국 '눈물바다'가 돼 버렸다.

추모식이 시작되자 고인의 이름과 생전 사진이 담긴 영상이 나왔다. 유족의 뜻이었다. 고인이 생전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 모습이 나오자 참았던 울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추도사에 나선 고인의 서이초 동료 교사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만 같던 7월의 더위가 너까지 삼켜버린 건 아닐까. 습했던 장마철 공기가 너까지 삼켜버린 건 아닐까"라며 "너를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 속에 우리는 멈춰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어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이 오고 있다"며 "너도 아무 일 없었단 듯이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한 미소로 돌아와 주면 안 되겠니"라고 흐느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실에 근조 화환과 추모의 메시지가 놓여져 있다. ⓒ공동취재

고인의 대학 후배는 "언니의 예쁜 눈이랑 나보다 작던 키, 허스키한 듯하면서도 따뜻한 언니 목소리가 계속 생각이 난다"면서 "내가 기억하는 언니는 등대 같은 선배님이었는데 지금 다시 (영정사진을) 보니까 너무너무 앳되고 예쁜 청년이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고인의 외삼촌은 추모사에 대한 답사로 "조카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이후 전국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슬퍼하고 애도해 주셨다"며 "어린 조카가 먼 길 떠나는 데 쓸쓸하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조화로 서이초 담벼락을 메워주시고 함께 추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러 선생님들이 생을 달리하셨는데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도대체 학교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연 '49재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9.4 [공동취재]

떠나고 나서야 당국 "반성한다", "면밀히 살피겠다"

이날 추모식에는 교육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소중한 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계실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떼면서 눈물을 보였다.

이 부총리는 발언을 이어가지 못하고 약 1분간 단상 앞에서 흐느꼈다. 객석에서 이를 본 일부 추모객들은 이 부총리 반대 방향으로 의자를 돌려 앉기도 했다. 교육부가 이날 교사들이 병가나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으면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풀이된다.

감정을 추스린 이 부총리는 "7월18일은 꽃다운 나이의 선생님께서 청춘을 바쳐 이룬 간절했던 꿈과 함께 우리 곁을 떠난 슬픈 날이자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경종을 울린 날"이라며 "이날을 통해 그동안 선생님들이 겪었을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학교가 얼마나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육의 전반에 대해 면밀히 살피겠다"며 "더 이상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 모두의 학교, 선생님들이 그리셨을 이상을 위해 선생님, 학생, 학부모, 교육주체가 온 정성을 쏟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4일 오후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연 '49재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공동취재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추도사에서 "유가족과 서이초 교직원, 학생, 학부모, 서울시민 여러분께 서울교육을 대표해 깊이 사죄드린다"며 "학교와 선생님 없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종종 잊었다. 소중한 교훈을 고인을 떠나보낸 뒤에야 깨우쳤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에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구별이 없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은 민원 대응 체계를 개선하고, 법률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 선생님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행정 업무를 대폭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식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교육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임태희 경기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위원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과 고인의 학교 선후배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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