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마스크걸'…"성형외과에 연예인 사진 안 가져가요" [이슈+]
의료계서 '성형 권장 분위기' 우려
"일반인 성형 후기 영상 본 뒤에 용기 얻고 수술하고 왔어요."
2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얼마 전 고민 끝에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아 코 수술을 받았다. 이 씨가 성형을 결심한 것은 다름 아닌 일반인 유튜버 채널의 '성형수술 후기 브이로그(V-log)'를 통해서다.
이 씨는 "요즘 유튜브에 성형수술 받기 전 과정부터 후기까지 세세하게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보 얻기가 편하다"면서 "다른 사람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하는 마음도 들었다. 영상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바로 섰다"고 말했다.
과거에만 해도 성형은 '숨기는 게 우선'이라는 말이 나왔다. 미용만을 위한 성형 수술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분위기가 반전됐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20대 직장인이 성형을 통해 말 그대로 '파격 변신'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이 공개된 뒤에는 "주인공의 성형 결심에 공감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성형외과를 고르는 과정부터, 성형 후 회복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은 일상을 기록한 영상까지 타인과 공유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유튜브 채널 분석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성형 후기 브이로그', '성형 회복 과정 풀(Full) 영상', 등 성형 후기를 주로 올리는 관련 채널만 253개에 달할 정도다.
이 같은 부류의 영상은 기존에 알기 어려웠던 성형과 관련된 세세한 정보를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래의 사례를 통해 얻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와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일부 콘텐츠에서는 성형에 대해 "꼭 해야 한다", "절대 후회 안 한다" 등의 주장을 하면서, 경계심을 낮추고 조장한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형 후기 관련 영상에 병원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캐묻는 시청자들도 늘어났지만, 의료법 제56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장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에 관한 광고에 병원명, 의사 실명 등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법에는 의료 광고를 위한 사전 심의가 필요한 대상(매체)으로, '지난해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및 SNS 매체(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로 규정하고 있다.
코 수술 후기를 올린 한 유튜버는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병원명을) 물어봐 주셔서 처음엔 한 분씩 대답해드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연락이 와서 한 분씩 대답해드리기 어려워졌다"며 "병원 정보는 의료법이라 알려드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압구정에 위치한 이비인후과 전문 1인 원장님이 계신 곳' 정도"라고 말하면서 포털 검색을 통해 구체적으로 병원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의료계에서는 유튜브에서의 성형 후기 콘텐츠가 성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윤성호 파라디아 성형외과 원장은 한경닷컴에 "예전에는 연예인 사진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유튜버의 성형 후기 영상을 보고 방문했다고 하더라"면서도 "성형 후기 영상을 올리는 것은 자유여도 결국 그 끝은 성형 권장으로 끝나기 때문에, 소비하는 입장에서 주의해야 한다. (후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으로 반영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유튜브가 정보를 얻는 공간이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모든 성형은 사람마다 적용되는 바가 다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전문의와 직접 상담해서 수술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 우려가 쏟아지자 일부 유튜버들은 성형 후기 관련 영상을 올리면서도 '이 영상은 성형을 권장하는 영상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강조해 내걸고 있다. 이외에도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상입니다'라거나, '수술 병원, 의사 정보는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등 멘트를 내거는 이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엔 유명한 사람일수록 '뒷광고' 논란도 있고, 진실성이나 진정성 측면에서 의심이 되다 보니 일반인 유튜버가 본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면서도 "아무리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병원) 협찬 여부 등을 확실하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과연 정직하게 소통하는지, 정말 구독자나 보는 사람들을 위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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