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교체로 전열 정비, ‘드론 붐’ 예고... 우크라, 반격 가속도 내나
'군납 비리' 책임 물어 교체
새 리더십으로 대반격에 속도
"드론 생산 박차, 붐 있을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년 6개월여간 러시아와의 전쟁을 이끌어 온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군 지도부 개편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평가된다. 올해 들어 불거진 국방부 납품 비리 스캔들에 대한 책임론이 전시 중 초유의 군 수장 교체를 단행한 배경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의 숙원인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위해선 먼저 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요구다. 아울러 이를 분위기 쇄신 계기로 삼아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 작전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로도 풀이된다.
국방 수장 경질로 "부패와의 전쟁" 속도
3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레즈니코우는 550일 이상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겪었다"며 "국방부가 새로운 접근법을 갖고, 군대 및 사회 전체와 다른 형태의 상호작용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2021년 11월 국방장관에 임명된 레즈니코우는 러시아와의 전쟁 내내 우크라이나군을 이끌었다.
후임 국방장관엔 야당 정치인인 루스템 우메로우(41) 국유자산기금 대표가 지명됐다. 그는 대(對)러시아 저항운동에 앞장서 온 소수민족인 크림 타타르인 출신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회에 인사안을 제출하고 국회가 동의하면 신임 장관에 오른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말 레즈니코우가 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로 임명될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향후 그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러시아 전쟁 국면에서도 EU·나토 가입을 위해 '부패와의 전쟁'을 벌여 왔다. 그런데 올해 1월 국방부가 외부 업체와 짜고 군 납품 식자재 가격을 부풀려 계약했다는 '군납 비리' 의혹이 터졌다. 레즈니코우는 줄곧 '나는 연루되지 않았다'고 해명해 왔지만, 책임론을 극복하지 못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앞세워 서방 국가들에서 전차 등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이끌어 낸 레즈니코우의 경질은 우크라이나로서도 전력 손실이다. 그런 그의 불명예 퇴진은 "부패 척결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정"(미 CNN방송)이라는 게 외신의 평가다.
대반격과도 맞물려... "'드론 붐' 일으킬 것"
전쟁 장기화 속에 군 리더십 체제가 재편됨에 따라, 향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새로운 접근법'을 언급한 만큼,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 수복을 위해 지난 6월 본격화한 대반격 작전도 조만간 방향 전환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점에 비춰, 이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레즈니코우 장관은 경질 소식 직전 우크라이나 관영 매체 인터뷰에서 "올가을 드론 생산에서 붐(boom)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공중·수상·지상 등에 걸쳐 드론 생산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장관 교체와는 별개로,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공격'에 전략적 비중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4일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인근 흑해 연안에서 드론과 전투기, 상륙정 등을 동원한 공방전을 벌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크림반도를 공격하려던 우크라이나 드론들을 흑해 상공에서 요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지난 2일에도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림대교를 겨냥한 우크라이나 드론 3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일상이 되고 있다"며 "(드론으로) 러시아 군사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게 대반격에 도움이 된다는 게 우크라이나 입장"이라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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