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3] 막내린 '미래가전 기술향연'…中 굴기 속 삼성·LG 빛났다

권용삼 2023. 9. 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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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 거센 中 업체…삼성·LG '초격차' 기술 선보이며 돌파 전략
전시장 곳곳 '지속가능성'·'친환경' 기술 눈길…스마트 홈 생태계 확장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이자 하반기 글로벌 가전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IFA 2023'이 오는 5일(현지시간) 막을 내린다.

독일 베를린 'IFA 2023' 행사장 전경 [사진=IFA 공식 홈페이지 캡쳐]

이번 IFA는 경기 상황 악화로 글로벌 가전 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진행돼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으나 약 150개국에서 2000여 개 기업이 참가하고, 18만 명의 바이어가 방문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높은 관심을 받으며 성황리 진행됐다.

◇'인해전술'로 존재감 과시한 중국…美 규제 피해 유럽 공략 '속도'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IFA는 전시장 곳곳에서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실제 중국 업체들은 이번 전시회에 1296개의 기업들이 참가하며 독일(228개), 한국(165개)을 제치고 전체 2097개사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중국 대표 TV 제조사인 TCL과 하이센스는 메인 스폰서 기업으로 나섰으며, 기조연설은 피셔 유 하이센스 그룹 대표와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맡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수년째 이어지는 미·중 갈등으로 북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대안으로 삼고 본격적인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2021년 중국 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 업체 아너는 삼성전자가 개척한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아너는 이번 IFA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매직 V2'를 처음 공개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책임자(CEO)가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IFA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너 유튜브 채널 캡쳐]

조지 자오 아너 CEO는 기조연설에서 "우리 제품 두께는 9.9㎜로 13.4㎜인 삼성 갤럭시(폴드5)보다 얇고, 무게도 231g으로 갤럭시 폴드5(253g)보다 가볍다"며 자사 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폴더블폰"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삼성전자가 선도하고 있는 폴더블폰 시장에서 직접 삼성 제품을 공개 저격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자신들의 제품이 더 얇고 가볍다는 특성을 앞세워 향후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TV 제조업체 TCL은 이번 IFA에서 초대형 163인치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TV '더 시네마 월'을 공개하며 '최대 사이즈 TV'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이센스와 후발주자 창훙도 다양한 크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전시하며 OLED 강자 LG전자에 도전장을 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각각 31.2%, 16.2%로 1·2위를 차지했으나 TCL 10.2%, 하이센스 9.5%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초대형·프리미엄 시장을 계속 선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차세대기획그룹 상무는 1일(현지시간) 미디어브리핑에서 올해 IFA에 중국 업체들이 115형, 미니 LED TV 등 초대형·프리미엄 TV를 앞세운 것을 두고 "초대형 TV 리더십 강화를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100인치 이상 제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백선필 LG전자 HE상품기획담당 상무는 2일(현지시간) TV 테크브리핑에서 "올레드 TV는 LG 등 한국 업체들이 독보적"이라며 "중국 업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에 캐파(생산능력)가 거의 없기 때문에 향후에도 아마 중국 업체들이 올레드를 쫓아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델들이 에너지 및 냉난방공조 시스템, 차별화된 프리미엄 가전을 갖춘 소형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전자]

◇'친환경'·'지속가능성' 강조한 생활가전…앞선 ESG 기술 '눈길'

이번 IFA은 '지속가능성 마을'이 처음으로 구성된 만큼, 전시장 곳곳 친환경 및 에너지 고효율 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운 업체들이 눈길을 끌었다.

유럽의 가전 강호인 밀레는 이번 전시회에서 '환경과 기후'를 핵심 주제로 삼고, 지속 가능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적인 제품과 디지털 서비스를 강조했다.

먼저 오랜 기간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끔 전 제품의 내구성 테스트의 기준 수명을 최대 20년으로 설정했다. 또 전시 부스는 향후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모듈식 구조로 설계해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이번 IFA 전시 테마를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6026㎡ 규모 전시장에서 '의미 있는 연결'을 주제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기술을 부각했다.

먼저 제품 생애주기를 소재·생산·운송·사용·재활용 5단계로 구분해 각 단계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적용하는 친환경 패키지, 솔라셀 리모트, 재활용 소재,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저감 필터 등을 소개했다.

또 스마트홈 통합 연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기반으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였다.

LG전자는 '모두를 위한 즐거움과 지속가능한 삶'을 주제로 부스를 꾸미고 지속가능한 일상을 위한 가전과 에너지 솔루션을 공개했다.

소형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에서는 'LG 씽큐' 앱을 통해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 에너지 저장 및 소비량을 확인할 수 있으며,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LG 씽큐' 앱에서 가전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루틴'도 가능하다.

'넷제로 비전 하우스' 전시존에서는 'LG 씽큐' 앱을 통해 고효율 가전의 제어는 물론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절약에 기여할 수 있는 '홈 에너지 플랫폼'을 소개했다.

HCA 참여 회원사 로고 [사진=HCA 홈페이지 ]

◇삼성·LG전자 초연결 통한 '스마트 홈' 생태계 확장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IFA에서 서로의 스마트홈 플랫폼에서 각 사의 가전제품을 제어·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협력 범위를 더욱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먼저 양사는 연내 스마트홈 플랫폼 협의체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 표준을 적용하고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총 9종의 제품의 연동을 추진한다.

올해 연동 서비스를 시작하는 지역은 한국, 미국을 포함한 총 8개국으로, '스마트싱스' 앱을 사용하는 해당 국가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의 가전제품과 TV는 물론 LG전자와 베스텔의 가전 제품까지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LG전자의 '씽큐' 앱으로도 삼성전자의 가전 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특히 내년에는 기기 제어를 넘어 가정내 에너지 관리 기능을 추가 도입하고 전기차 충전기 등 연결 가능한 제품들을 추가할 계획이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2일(현지시간) 독일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마트홈 플랫폼 협의체(HCA)를 통해 스마트싱스의 에너지 저감 서비스나 AI 솔루션을 타사 가전제품에도 지원할 수 있을지 협의를 하고 있다"며 '실제 협력으로 이뤄진다면 경쟁사 제품에서도 '스마트싱스' 만의 기능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도 같은 날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이 원한다면 'LG 씽큐'에서도 삼성전자 제품을 연결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현재는 기본 기능만 프로토콜이 정의돼 있고 단순 기능 제어 외에 어떻게 할지 계획은 없으나 진화의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이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AI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가전 시장 파고든 첨단 'AI·로봇' 기술

올해 IFA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AI와 다양한 로봇 기술도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전시장 내 '로보틱스 허브' 공간에는 AI 기반 로봇 비서를 비롯해 가정용 로봇, 엔터테인먼트 로봇, 헬스케어 로봇 등이 소개됐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는 4족 보행 로봇인 '유니트리 고(Go) 2'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4D 라이다(Ladar)를 장착해 전후방 360도 시야로 사물을 식별하며, ARM 기반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해 정보처리 능력을 끌어올렸다.

프랑스 로봇 업체 인챈티드툴스는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시제품을 선보였다. 병원, 호텔, 공항 등에서 물류, 안내 등 간단한 업무를 돕는다. 가령 병원에서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면 로봇이 스스로 환자의 아침 식사를 전달한다.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IFA 넥스트' 공간에서는 협동로봇 기업 뉴로메카 등 8개 한국 업체가 부스를 마련하고 'K로봇'의 기술력을 알렸다.

이와 함께 고도화된 AI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모든 가전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가전 고도화 전략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높인다는 구상이다.

먼저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기반으로 AI 기능을 고도화한다. 올해부터 음성인식, 영상처리 등에 최적화된 타이젠뿐 아니라 경량화된 '타이젠RT'에도 '온디바이스 AI'를 기본 탑재한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 가전부터 엔트리 라인업까지 모두 AI 기능을 적용한다.

타이젠이 적용된 AI 가전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기능을 손쉽게 추가할 수 있다. 삼성 스마트 TV 등 타이젠 기반의 다른 기기와도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유미영 부사장은 "내년 빅스비 고도화를 시작으로 비전 AI로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성형 AI를 가전에 접목해 음성을 활용한 가전 제어 경험도 향상시킨다.

기존에는 한 가지 명령만 수행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두 가지 이상의 명령을 한 문장으로 말해도 자연스러운 제어가 가능하고, 기존 대화 기반으로 명령을 이해해 마치 가전제품과 대화하듯 제어할 수 있다. 또 이미지 인식이나 디스플레이 등에도 생성형 AI를 활용해 다양한 배경 상황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결과를 제공한다.

또 AI 관련 데이터 처리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전용 칩쳇을 적용한다. 유미영 부사장은 "24시간 돌아도 전력이 적게 들어가는 초전력 AI 칩셋을 개발해 내년부터 탑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칩셋에는 'NPU(Neural Network Processing Unit)'가 탑재된다. 'NPU'는 AI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다. 현재 애플, 삼성전자 등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에도 'NPU'가 탑재돼 음성 인식을 비롯한 AI 최적화 서비스를 구동하고 있다.

유미영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지향하는 AI 가전은 긴밀하게 연결된 가전들이 스스로 상황을 감지하고 패턴을 학습, 소비자들에게 맞춤 옵션을 추천하는 것은 물론 자동으로 최적화 과정을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개인별 궁극의 솔루션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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