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손준성’ 검사장 승진 결정, 고발사주 의혹 ‘수혜자들’이 했다

전광준 기자 2023. 9. 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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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검찰 인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단연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검사장 승진이다.

손 검사는 인사가 난 4일 오후에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고발사주 의혹 공판에 출석했다.

재판이 오후 2시16분께 끝나고 손 검사가 재판정을 떠난 뒤 20분 만에 그의 승진 소식이 담긴 검찰 인사안이 발표됐다.

이번 손 검사 승진 인사의 결정권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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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 관련 텔레그램 메시지. 한겨레 자료사진

이번 검찰 인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단연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검사장 승진이다.

손 검사는 인사가 난 4일 오후에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고발사주 의혹 공판에 출석했다. 재판이 오후 2시16분께 끝나고 손 검사가 재판정을 떠난 뒤 20분 만에 그의 승진 소식이 담긴 검찰 인사안이 발표됐다.

■인사결정권자들…고발사주 의혹 ‘수혜자’

고발사주 의혹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비판적인 인사를 고발하라고 검찰이 야당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게 주요 얼개다.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 검사는 고발장을 직접 야당 쪽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그의 혐의가 인정되면 ‘검찰의 선거 개입’으로 번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단순 비위 의혹이 아닌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관련 의혹으로 재판 받는 이를 징계는커녕 승진으로 격려한 셈이다.

승진 인사의 결정권자들이 해당 의혹의 ‘수혜자’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찰이 대리작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발장에는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피해자로 적시돼 있었다. 이번 손 검사 승진 인사의 결정권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다. 보은성 인사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고발사주 의혹’은 윤석열-한동훈까지 연결돼있는 사안”이라며 “1심 선고가 몇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에 연루된 인사권자가 ‘이 사람은 문제가 없다’며 법원을 압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해 1월 선고를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손 검사 승진은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밝힌 인사 원칙에도 배치된다. 한 장관은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 당시 중용됐던 검사들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성 인사’ 발령을 내면서 “감찰이나 수사를 받는 상태가 지속되는 고위급 검사 수가 늘고 있다. 그런 분들을 수사·재판 (업무를) 하는 곳에 장기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리는 항고 사건에 대한 수사 업무까지 담당하는 자리다. 한 부장검사는 “손 검사는 애초에 ‘검사장 승진 0순위’로 꼽혔다”면서도 “고검 차장 자리라 아쉽다는 평가도 있겠지만, 재판을 받고 있는데 승진시켜주는 것 자체가 큰 배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도 2021년 6월 당시 피고인 신분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그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 외압 혐의로 한달 전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당시 국민의힘은 “범죄를 저질러도 정권에 충성하면 승진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사단’ 중용 기조 이어져

송경호(29기)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신자용(28기) 검찰국장은 유임됐다. 송 지검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을 계속 이끌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민주당 경선 돈봉투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수사를 계속 지휘하게 됐다. 특히,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선 야당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장을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은 양석조(29기) 서울남부지검장이,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장은 신봉수(29기) 대검 반부패부장이 맡았는데, 이들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각각 특수3부장과 특수1부장을 지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돼 수사받고 있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꽤 친분이 있고 함께 수사도 많이 했던 인물들”이라며 “(윤 정부의) 신망이 두터워서 주요 보직에 계속 쓰거나, 서로 돌려가며 인사를 내는 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때 요직을 맡았던 검사들은 지난해 인사 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비수사 보직으로 좌천된 후 이번 인사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재 이성윤(23기)·이정현(27기)·신성식(27기)·고경순(28기) 등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남아있다. 전 정권 인사로 분류됐던 문성인(28기) 수원고검 차장검사와 홍종희(29기) 대구고검 차장검사도 이번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한 부장검사는 “전 정권에서 요직을 맡았던 검사들을 좌천시켰는데 깔끔하게 계속 좌천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 검찰인사위, 이번에도 안 열려

이번에도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청법은 ‘검사의 임용과 전보 등 중요 사항 심의’를 위해 검찰인사위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원 11명 중 8명이 외부위원이라 검찰 인사에 있어 최소한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구로 꼽힌다. 앞서 한 장관은 2022년 5월 취임 직후 검찰인사위를 거치지 않은 채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해 ‘절차적 공정성 손상’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정한 인사를 위해 인사위를 열라는 규정이 있는 것이다”라며 “인사위 없이 검찰 인사를 연달아 진행하는 건 ‘최소한의 견제’ 또한 거부하겠다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다만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인사위를 열지 않은 이유로 “검찰인사위는 인사안이 아닌 인사 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곳으로 (개최가) 의무 규정은 아니다”며 “지난해에 이은 인사 원칙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1년 가까이 자리가 비어있었던 ‘검찰 2인자’ 대검 차장검사 자리엔 심우정(26기) 인천지검장이 보임됐다. 이원석(27기) 검찰총장 보다 한 기수 선배가 낮은 직급으로 임명돼 검찰 조직에선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히는 심 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해 대검 차장을 맡으면서 차기 검찰총장도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임 대검차장을 비롯해 연수원 26∼28기 검사장 4명이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대전고검장은 임관혁(26기) 서울동부지검장, 광주고검장에 홍승욱(28기) 수원지검장이 승진 배치됐고, 김석우(27기) 법무부 법무실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장에 임명됐다. 이주형(25기) 수원고검장은 자리를 옮겨 서울고검장을 맡는다. 대전·광주·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 자리는 오랫동안 공석으로 유지되면서 고검장의 권위가 무너지고 일부에선 ‘무용론’까지 제기되기도 했었다.

여성 2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검찰 역사상 7·8번째 여성 검사장도 탄생했다. 정유미(30기) 천안지청장이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이영림(30기) 청주지검 차장검사가 대전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여성 고검장 승진은 없었다. 이번 인사에서 의정부지검장으로 보임된 김선화(30기) 검사장을 포함하면 사법연수원 30기 여성검사 가운데에는 3명이 검사장이 됐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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