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검사들 또 대거 요직에···윤 대통령 ‘검찰 직할체제’ 강화
법무부가 4일 단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승진하거나 요직을 차지한 검사들 다수는 공통점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근무연이 있거나 전 정권(야권) 수사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간부였던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사법연수원 29기)이 검사장으로 승진한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검찰 업무와 관련한 중대 비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가 고위급 검찰 인사를 단행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도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요직을 싹쓸이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검찰 직할체제가 더욱 강화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고인인데···비 수사부서 배치도 아닌 검사장 승진
손 부장은 이날 법무부가 단행한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 인사에서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로 승진했다. 손 부장은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권(현 더불어민주당)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고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을 김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예비후보)에게 전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고발사주 사건 당시 손 부장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고,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손 부장이 김 의원에게 건넸다는 혐의를 받는 고발장에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장관이 피해자로 기재됐다.
정치권과 결탁해 총선에 개입하려고 했다는 게 손 부장이 받는 혐의의 요지이다.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의 사적 남용, 검찰의 대선 개입과 같은 중대 범죄 혐의 피고인이다. 검사장은 ‘검찰의 꽃’으로 불린다. 중대 비위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는 인물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고 도리어 고위직에 영전한 것은 검찰뿐 아니라 다른 공직 사회에서도 극히 드문 일이다. 문재인 정부 때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사건으로 기소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한 사례가 있다.
전조가 있었다. 손 부장은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 들어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서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전보됐다. 이때도 법무부가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검사를 직무배제하기는 커녕 사실상 영전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고검 부장검사는 차기 검사장 승진이 유력한 자리이다.
손 부장의 검사장 승진은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사건으로 기소된 검사들이 비 수사부서로 좌천된 것과 대비된다. 대검은 ‘고발사주’ 사건 1심 선고도 나기 전인 지난 4월 손 부장에 대한 감찰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이와 달리 전 정권 인사로 꼽히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경우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징계 절차가 진행됐다.
‘윤석열 보좌·문재인 법무부 비판’ 검사들도 영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그를 보좌한 간부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대변인이던 이창수 성남지청장(30기)은 전주지검장(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성남지청장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와 기소를 지휘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밑에서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을 지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박기동 서울중앙지검 3차장(30기)은 전국 검찰의 공안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에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조작 사건 등 전 정권과 관련된 공안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대변인을 지낸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29기)은 자리를 지켰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공정거래조사부장이던 구상엽 서울남부지검 1차장(30기)은 법무부 법무실장(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전국 특수 수사를 총괄하는 요직인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는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29기)이 발탁됐다. 양 검사장은 2020년 심재철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한 이른바 ‘상갓집 항명’ 사건의 당사자다.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와 날을 세웠던 인사들도 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윤 대통령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청구에 반대했던 정유미 천안지청장(30기)은 대검 공판송무부장(검사장)으로, 문재인 정부 법무부를 비판했던 이영림 청주지검 차장검사(30기)는 대전고검 차장검사(검사장)로 승진 발령됐다.
야권 수사지휘 라인은 유지
전 정권 수사에 관여했던 검사들도 대거 승진됐다. 서울동부지검에서 문재인 정부 산업부의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지휘한 심우정 인천지검장(26기)과 성상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30기)는 각각 ‘검찰 2인자’로 꼽히는 대검 차장검사(고검장)와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일 때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한 변필건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30기)는 수원고검 차장검사(검사장)로 승진했다. 변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일 때 채널A(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하며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주장했다.
현 정부 들어 진행 중인 야권 관련 수사의 지휘 라인은 대부분 수평이동하거나 유임됐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은 유임돼 계속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야권 관련 사건을 수사 지휘한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신봉수 대검 반부패부장(29기)은 수원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에 한층 힘을 실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되고 신봉수 대검 반부패부장이 수원지검장으로 이동한 것을 보면, 이 대표가 관련된 주요 사건 수사를 잘 챙기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조직의 안정 차원에서 어려운 사건을 잘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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