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질문만 1500개…간첩단, 재판 중에도 지연 전략

방극렬 기자 2023. 9. 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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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남 창원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조직원 변호인이 4일 증인을 상대로 1500개의 질문을 준비해왔다며 긴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이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올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증언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추가로 신청했다. 자통 조직원들은 국민참여재판 신청 등 절차적인 문제로 재판을 지연시켜 왔는데, 증인 신문 등 증거 조사 단계에서도 시간 끌기에 나선 셈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자주통일 민중전위’ 조직원들이 지난 1월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강두례)는 이날 자통 총책 황모(60)씨 등 조직원 4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열고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재판의 첫 번째 증인으로는 황씨 등에 대한 수사 보고서를 작성한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씨가 채택됐다.

황씨 등의 변호인은 “(김씨에 대한) 반대 신문 사항을 1500개 정도 준비했다”면서 “신문 전에 증인과 관련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니 재판부에서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국가정보원직원법 등에 따라 직무와 관련된 법정 증언을 할 때 비공개로 증언할 수 있게 돼 있다. 황씨 등 변호인은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신문과 증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하지만 “국가 안전 보장 등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비공개로 증인 신문을 진행하겠다”며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간 자통 조직원들은 지난 3월 기소된 이후 각종 법적인 절차를 활용해 재판을 늘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황씨 등은 당초 서울이 아닌 창원에서 재판받게 해달라며 관할 이전을 신청했지만 1‧2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황씨 등은 국민참여재판도 기소된 지 한 달 후에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허락하지 않자 항고‧재항고를 거듭했다. 지난달 8월 대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 불허가 확정되고 나서야 첫 공판이 열렸다.

‘재판 지연’ 전략으로 반년 동안 제대로 된 재판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황씨 등은 지난달 25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6개월의 구속 기간이 만료됐으니 풀어달라는 것이다. 이날 공판에서 진행된 보석 심문에서 황씨 변호인은 “주거가 일정하고 결속력 있는 가족과 함께 생활해왔기에 도주·증거 인멸 염려가 없다”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당사자가 증거 기록을 충실히 검토해 재판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보석 허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보석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들은 범죄의 중대성에 비춰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압수수색 등을 대비해 USB 같은 저장매체를 입으로 삼키라는 보안 수칙이 있을 정도로 증거 인멸에 철저하다”고 반박했다. 황씨 등이 여전히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고 사법 질서에 적대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검찰은 이들의 보석을 허가하더라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등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 등에 대한 재판부의 보석 여부 결정은 이르면 이날 저녁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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