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교사들 ‘검은 옷’ 입고 거리로…“이대로는 안 된다” 한목소리
4일 전국 곳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거리에 섰다. 이날은 지난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일이 되는 날이다.
어떤 교사는 ‘병가’를 냈고, 어떤 교사는 수업을 모두 마친 뒤 거리로 나왔지만 “이대로는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은 같았다.
4일 오후 4시30분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검은색 옷을 입고 모인 대전지역 교사들은 ‘진상규명이 추모다’ ‘교권합의안 의결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었다.
6년 차 고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장모씨는 “숨진 교사의 명복을 빈다”면서 정부를 향해 추락한 교권 회복을 촉구했다. 장씨는 “‘이대로는 더 이상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과 공포가 우리를 모이게 했다”라며 “정부가 교사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바로잡을 시간도 놓쳐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교하던 학생들도 추모식 현장을 찾았다. 고교생 왕모군은 “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많이 접했는데 돌아가신 선생님 사연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대전에서도 추모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게 됐다”고 말했다.
충남에서는 예비교사들도 거리로 나섰다. 교내에서 촛불 집회를 연 공주교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교사의 권리가 보장하지 않으면 학생들 또한 진정한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광주에서도 이날 오후 5시부터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광주 추모의 날’ 행사가 열렸다. 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광주실천교사모임, 광주교사노조 등 4개 단체가 주관한 추모집회에는 교사와 시민 4000여명이 함께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은 ‘교사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 ‘교권보호 관련 법안을 즉각 개정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자신이 경험한 교권침해 사례를 밝히며 “수업 방해 학생에게 맞는 단계별 시스템을 갖추고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지키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사들을 지지하는 학부모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회 회장은 “시대가 빠르게 바뀌더라도 교육의 근간은 흔들려선 안 된다”며 “스스로부터 기본적인 상식, 배려, 도덕성을 갖춘 학부모인지를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1000여명의 교사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여 동안 대구시교육청 앞 분수광장에서 추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및 협박을 멈추고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교사들은 법 개정을 통해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장하고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이들은 “정상적 교육 활동을 위한 관련 법 개정과 정당한 생활지도 권한 명시, 학교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등은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20년 넘게 초등학교 교단에 서고 있다는 최모씨는 “(교권 보호 등을 위해)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일반적인 내용만 담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면서 “또 다른 희생이 있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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