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서이초 교사 49재, 전북서도 추모 물결(종합)
서거석 교육감 "학교 문제 해결해야"…경찰 추산 1천여명 참여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아이들 교육만 생각하는 학교가 되길 기도합니다."
전북 지역 교사들은 4일 오후 5시부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가 열리는 전북도교육청 1층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선생님의 교육적 헌신을 추모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 아래의 단상에 국화꽃이 차곡차곡 쌓였다.
단상 양옆으로는 교사 개인과 교원단체, 교육 행정단체가 보낸 근조화환이 길게 뻗어 있었다.
교사들은 국화 한 송이씩을 단상에 놓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서이초 교사를 추모했다.
교사들은 고개를 한참을 숙이고서 겨우 2년 차밖에 되지 않은 서이초 교사가 짊어져야 했던 고통의 무게를 가늠했다.
헌화를 마친 교사 김은희(39)씨는 "한 번도 이런 행사에 참여한 적이 없었는데, 신규 교사가 마음 기댈 곳도 없이 얼마나 원통했으면 학교를 마지막 장소로 택했겠느냐"며 "마지막 길에 공교육 정상화의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서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헌화 후 고개를 올리고 한참 천정을 바라보던 교사 김정환(38)씨는 "이 기회에 보다 좋은 학교 환경을 만드는 데 함께하겠다는 마음으로 꽃을 올렸다"며 "정말 소중하고 귀한 목숨으로 학교의 문제를 알린 것이다. 하늘에서는 고통 없이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교사들은 각자의 염원을 메모지에 적어 도교육청 1층 로비에 있는 굵은 기둥에 붙였다.
메모지에는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교사가 교사답게 가르치고 학생이 학생답게 배우는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이제 편하게 쉬세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등의 메시지가 담겼다.
헌화가 시작된 지 한창이 지났는데도 교사들은 여전히 길게 줄을 늘어선 채 차례를 기다렸다.
서거석 전북교육감도 추모객들 맨 뒤로 줄을 섰다.
단상 앞에 고개를 숙이고 꽃을 놓은 서 교육감은 "서이초 교사의 부고를 계기로 교육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늦었지만, 이번에야말로 곯디 곯은 학교의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 집회에는 경찰 추산 1천여명, 주최 측 추산 1천500여명이 참여했다.
전북교사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 등 6개 교원단체는 이 자리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서이초 교사 사망과 관련한 조속한 진상규명과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오늘은 교육 주체들을 죽음으로 내몰며 교육을 불가능하게 했던 구조적 문제를 걷어내고 학교의 본질을 회복하는 날이 돼야 한다"며 "지금껏 있었던 수많은 죽음을 애도하고 교육의 공공성이 회복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악성 민원과 학생의 문제 행동 발생 시 학교장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당한 교육활동, 학생 지도가 아동학대 범죄로 처벌받지 않도록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을 신속히 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헌화를 마친 교사들은 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데도 우산을 쓰고 도교육청 밖 야외공간에 모여 집회를 이어갔다.
교사들은 '억울한 교사 죽음, 더는 방치 마라', '교육권을 보장하라' 등의 메시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비에 젖은 바닥에 앉았다.
집회는 49초 묵념, 시 낭송, 교사들의 자유발언, 추모 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발언대에 오른 한 교사는 "막내 선생님(서이초 교사)을 벼랑 끝으로 몬 현실은 바보 같은 우리가 숨죽이며 만든 결과"라고 자책하면서 "(지금껏) 유명을 달리한 선생님들이 부디 하늘에서는 아이들과 행복했던 시간만 기억하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집회 끝 자락쯤 발언대에 오른 교사들은 '전북 교사' 명의의 성명서를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이들은 "서이초 선생님이 유명을 달리한 7월 18일, 비극은 화살처럼 빠르게 전국 모든 교사의 가슴을 관통했다"며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진상 규명과 안전한 교육 환경에 대한 요구를 그 뜨거운 햇살보다 더 뜨겁게 쏟아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끊임없는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는 교사를 자괴감에 빠트리고 삶의 의지를 꺾어왔다"며 "우리는 국회를 움직여 법을 바꾸고, 교육부를 움직여 제도를 바꾸고, 교육청이 교사를 보호하도록 방침을 바꾸는 길에 힘을 합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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