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의심이 들면 앞으로 나아가라" 손흥민이 바꿨나, '엔지볼'이 바꿨나

오광춘 기자 2023. 9. 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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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새 시즌 토트넘에 낙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은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손흥민 역시 그 부담에서 자유로우리라 생각한 사람도 드물었습니다. 손흥민이 새 주장으로 뽑혔다 하더라도 토트넘의 9월은 혼돈과 혼란, 그 어느 지점에 놓여 있는 게 분명했으니까요.
손흥민이 번리전 승리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 품에 안겼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케인이 떠났는데...토트넘 왜 이리 잘 하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들어왔지만 해리 케인이 떠났다는 것만으로 토트넘의 불확실성은 커졌습니다. 불안정한 상태가 불안으로 이어질까 우려도 싹텄습니다. 그런 걱정 때문에 토트넘의 새 시즌 출발은 더 놀랍고, 더 도드라지게 보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4경기 연속 무패(3승 1무)라니, 놀라운 시작입니다.
토트넘 선수들이 해트트릭을 달성한 손흥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이 있어 케인의 대체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토트넘의 변화 속에 손흥민의 해트트릭이 튀어나왔습니다. 한 팀이 바뀌면서 그 에너지가 한 선수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 또 한 선수가 달라지면서 그 에너지가 한 팀의 상승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영국 언론 '이브닝 스탠더드'의 헤드라인은 이렇습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케인의 대체 선수를 영입하지 않은 핵심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케인을 누구도 대체 불가능하다고 여겼는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생각은 달랐나 봅니다.
케인이 떠난 뒤 손흥민은 매디슨과 단짝이 됐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타적'이어도 골 넣을 수 있다. 손흥민이라면...


요즘 손흥민은 골을 넣기 위해선 지극히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뒤집어 놓고 있습니다. 주장 완장의 무게가 한 선수에게 지나친 이타심을 불어넣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입니다. 공을 오면 드리블보다는 패스를 먼저 생각하는 손흥민의 모습이 여러 번 비칩니다. 영국 언론 'BBC'는 해트트릭을 쏘아 올린 번리전 손흥민의 감춰진 숫자에 주목했죠. 압박한 횟수(49회)는 양 팀 통틀어 1위였고, 스프린트(27회) 횟수는 팀 내 3위였다는. 최전방에서 많이 뛰면서 상대 수비를 귀찮게 하고, 또 빨리 달리면서 상대 수비를 아찔하게 만들었다는 거죠. 그러면서 3골을 넣었으니, 참 대단합니다.
번리전 손흥민의 두번째 골 장면. 골키퍼는 손 쓸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엔지볼'이 손흥민을 추동한다


영국 언론은 이런 흐름을 '엔지볼'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이야기를 만듭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이름 '엔지'에 붙인 키워드죠. '엔지볼'은 어떤 정형화된 모델을 뜻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방향성은 확실합니다. 공을 보유하면서 창의적인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 그 기저엔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공격적인 스타일이 깔려 있습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엔지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무리뉴, 누누, 콘테 감독과 달리 선수들의 지지를 끌어냅니다. (사진=B/R Football 트위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리더십이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리스 출신 호주인입니다. 가족과 함께 다섯 살 때 호주에 정착했죠. 그곳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이른 나이에 부상으로 은퇴한 뒤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브리즈번에서 성공한 뒤 호주 대표팀을 맡아 2015년 아시안컵 우승을 끌어냈죠. 이후에도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본 요코하마, 그리고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정상을 맛봤고 그런 성취가 쌓이면서 결국 최고의 축구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진출했습니다. 물론 토트넘과 4년 계약을 하자 호주 축구 감독을 향한 잉글랜드의 비아냥도 들어야 했죠. 올 시즌 가장 먼저 해고될 감독 후보로 오르기도 했으니까요.
토트넘 새 감독의 공격적인 축구는 신선한 반응을 끌어냅니다. 2주 전 BBC도 집중조명했습니다. (사진=BBC '매치 오브 더 데이')

급격한 쇄신...그런데도 선수들 마음을 붙잡는다


그러나 혼란의 토트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무엇보다 쇄신을 거듭하면서도 말 많은 토트넘 선수들의 마음을 붙잡은 게 큽니다. 오랜 기간 요리스, 다이어 등이 주축이 된 토트넘 선수단의 리더십 체계를 흔들면서 손흥민을 내세운 것도 이례적이었죠.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 매디슨도 함께 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상적인 장면도 남겼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이었던 브렌트퍼드 전에서 전반 14분 만에 골을 넣은 로메로를 바로 바꾼 장면도 그중 하나입니다. 뇌진탕이 걱정돼 곧바로 교체해준 거죠. 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나는 의사가 아니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 때 선수를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개막전에서 데뷔전 승리가 고팠을 감독이 이런 결정을 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손흥민은 교체돼 나가면서 심판과 악수를 했습니다. 주장의 품격이 느껴지나요? (사진=AP연합뉴스)

"자유롭게, 또 즐겁게"..."의심이 들면 앞으로 나가라"


포스테코글루가 어떤 감독인지는 호주 대표팀 공격수였던 토미 오어의 회상이 그럴 듯합니다. 오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자주 한 말을 소개했는데요.
“난 네가 자유롭기를, 어떤 제약을 받지 않기를 원해. 의심이 들면 앞으로 나아가라. 긍정적으로 경기해라. 그게 잘 풀리지 않는다 해도 내가 널 지지해줄게.”
경기가 끝나고 번리 콤파니 감독이 손흥민을 안아줍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의심이 생기면 앞으로 나아가라. 토트넘의 현재를 비추는 말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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