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60대 교사… 사망할 때까지 교권보호 없었다
[박종현 기자(qwg1029@daum.net)]
경기 용인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생전 학부모 민원과 고소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해당 교사는 사망할 때까지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심리상담 및 법률지원 등 교권보호와 관련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경기도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3일) 오전 10시 35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청계산 등산로 초입에서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지난 6월 26일 체육수업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 한 명이 다른 학생의 공에 맞아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학부모의 감사 요청에 따라 관할 교육지원청의 감사를 받던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그는 해당 학부모로부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고소도 당했다.
A씨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직위해제되지는 않았지만, 유족 측은 A씨가 고소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토로해왔다고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도교육청은 교육활동과 관련해 교원과 학생 또는 학부모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해당 교원에게 법률 상담을 돕는 '법무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A씨의 경우 감사 통보까지 이뤄지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고소에 따른 법률지원은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권보호와 관련해 현재 경기지역에는 △교육활동 침해 사안 지원 △교원 심리·정서 상담 지원 △교원 마음 회복 프로그램 운영 △교육활동 보호 연수 운영 △학교교권보호위원회 분쟁 조정 연계 등을 위해 총 6개의 교권보호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A씨가 근무하던 용인 지역은 경기남동교원보호지원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유족 측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A씨는 6월 말 학교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으며, 7월 초에는 피해 학생 측의 학부모가 민원을 접수했다.
이어 지난달 초에는 과실치상 등 혐의로 가해 학생과 함께 경찰에 고소됐으며, 비슷한 시기 용인교육지원청은 A씨에게 감사 예정 사실을 통보했다.
A씨가 감사를 통보받은 시기는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보호에 대한 인식이 활발히 논의되던 때다.
심지어 감사 통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8월 16일에는 임태희 교육감의 '교권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 발표도 이뤄졌다.
사정이 이렇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최근 도교육청이 발표한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이 허울에 불과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교사가 교권보호센터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으면 법률지원이나 심리상담 등을 지원했겠지만, 신청이 없어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라며 "향후 사건에 대한 진상 확인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경기지역 교원단체들은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맞아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주장하며 전국에서 추모 집회를 진행하는 한편, A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파악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는 이날 한국교총과 공동 성명서를 통해 "용인 지역 체육선생님의 죽음에 대하여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수사를 통해 죽음의 원인 및 가해자를 밝혀내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전북 군산 초등교사의 죽음, 서울 초등교사의 죽음 등으로 인한 충격과 슬픔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제도 참담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며 "지난 성명서에서 지적했듯 경기도교육청은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고통받는 선생님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부모 악성민원 등 부당한 교권침해가 원인이 돼 억울하게 생을 마감하는 선생님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말 못할 사연으로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더 이상 홀로 방치되지 않도록 총체적이고, 면밀한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교사노동조합도 성명서를 통해 "교사의 사망원인과 진상이 정확히 밝혀 질 수 있도록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해 고인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또 경기도교육청은 직무 관련성을 확인해 공무상 재해 및 순직 인정을 해야 할 것이며, 학부모의 악의적인 민원에 대해 고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이초 사건 이후로 교권과 교사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의원은 앞다퉈 법안을 발의하고, 교육부는 고시를 바꾸고, 경기도교육감은 신속하게 보호조치를 마련하겠다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중한 동료이자 훌륭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역시 "고인이 된 교사의 유족들은 ‘최근 학부모 민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알렸다"며 "임태희 교육감은 의정부 호원초, 용인 ○○고 교사의 죽음에 깊이 공감을 표하고, 진상조사대응반을 즉시 구성해 특별감사 등을 실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악성민원 여부, 학부모민원 절차, 과정에서의 학교 대응과 지원여부 등 선생님의 직무와 사망과의 관련성을 조사하길 바란다"며 "직무 관련성이 확인되면 공무상 재해 및 순직처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현 기자(qwg102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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