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 뚫리자 삼성전자 쓸어담은 외국인…"9만전자 돌파 기대"
HBM3 고객사 확보에 프리미엄 구간 진입 가능성
반도체 수출도 때맞춰 개선…"전고점 넘을 수도"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혈’을 뚫자 삼성전자(005930)에 외인 수급이 물밀듯이 몰려들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8000억원대 순매수다. ‘바이(Buy) 삼성전자’ 덕에 ‘7만전자’에 복귀한 데 이어 ‘9만전자’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하고 있고 반도체 수출 업황 개선까지 더하며 반도체 테마주가 증시 ‘주도주’의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28%(200원) 오른 7만12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일 엔비디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단숨에 6%대 상승해 한 달여 만에 7만전자에 복귀한 후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 주포는 돌아온 외국인이다. 지난주 미국 뉴욕증시가 7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보이는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지난 1일 5540억원, 4일에는 2443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는 지난 이틀간 외국인의 코스피 시장 순매수 금액과 맞먹는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엔비디아 호재를 바탕으로 당분간 우상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HBM3 생산력을 갖췄음에도 고객사 확보 우려로 밸류에이션에 대한 할인이 발생한 문제가 해결된 덕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AMD를 비롯해 내년까지 HBM3 고객사가 10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4분기부터 HBM 프리미엄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며 “HBM 점유율 확대와 파운드리 실적 등을 고려할 때 직전 고점인 9만10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수급이 유입 증가에도 증시 전체적인 파이는 커지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는 나온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상승 흐름을 타며 코스피 지수 역시 이틀 연속 올랐으나 폭은 크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81%(20.84포인트) 오른 2584.55로 마감하며 2600선을 사정권에 두는데 만족해야 했다. 종가기준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10일 이후 26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이 내려가는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며 “시장 방향성에 확신이 없다는 것인데 상승 흐름이 정해져야 시장에 추가 자금이 유입됨과 동시에 상승 종목 수도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반도체 테마, 하반기 주도주 부각하나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반도체 테마주가 다시 주도주로 부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유효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가 HBM3 시장에서 주요한 공급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동반 수혜가 기대되며 반도체 관련주로 온기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 반도체 관련주를 추종하는 KRX 반도체 지수는 이달 들어 1.79% 오르며 코스피 지수 상승률(1.11%)을 상회했다.
지지부진하던 반도체 수출도 때맞춰 개선되고 있는 것도 호재다. 한국 8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하며 전월 16.4% 감소 대비 낙폭을 크게 줄였는데 이는 반도체 수출 감소율이 33.6%에서 20.6%로 큰 폭으로 개선된 덕이다. 8월 증시를 누르던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도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압력이 완화하고 있어 증시 전반에 좋은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안에 국내 제조업 경기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반도체 부문의 재고 부담이 높긴 하지만 반도체 수출액은 연초 이후 개선되고 있으며 대중 수출도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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