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나도 정치 한번 해볼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느 시사프로에서 노회한 정치인이 대담 중에 "정치도 예술처럼 해야 합니다"라는 언사를 들은 적이 있다.
지극히 낭만적인 생각으로 예술을 동원해 답답한 정치현실을 헤쳐 보려는 정치인의 속내를 어느 정도 수긍은 하겠지만, 다소 뜬금없지 않나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사프로에서 노회한 정치인이 대담 중에 "정치도 예술처럼 해야 합니다"라는 언사를 들은 적이 있다. 정치를 예술처럼 한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예술처럼 한다는 건지. 정치에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그 깊은(?) 뜻을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 지금껏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과연 예술처럼 정치를 한다고 세상이 보다 아름다워질지 의구심만 들었다.
'예술'하면 현실과 적당히 거리를 두며 한가로이 자신이 좋아하는 그 무언가에 심취해 창작에 종사하는 일로 가벼이 여기지는 않나 할 때가 종종 있다. 지극히 낭만적인 생각으로 예술을 동원해 답답한 정치현실을 헤쳐 보려는 정치인의 속내를 어느 정도 수긍은 하겠지만, 다소 뜬금없지 않나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개성을 존중하고 자아의 해방을 주장하며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예술에 관해 철지난 낭만주의적 태도로 무거운 현실을 업신여기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자본주의가 횡행하면서 예술의 순수성, 자율성, '예술을 위한 예술' 등의 기치를 내세웠던 예술지상주의의 신화가 폐기된 지 오래다. 예술 작품의 가치를 재화가치와 동일시하는 세태에서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 해도 시장에서 외면 받는다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시장논리에 종속된 지 이미 오래인 것이 예술계의 엄연한 현실이다. 독창적인 그 무엇을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세계와 교감을 하며 차별성 있는 작품을 건져내기 위한 처절한 창작과정은 실로 숙연할 수밖에 없는 차원이 다른 세계다.
그 치열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작가들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이전투구양상을 띠는 정치판에 예술을 끌어 들여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정치인의 어설픈 논리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정치를 예술처럼'의 논리에는 "예술이 정치보다 결코 어렵지 않으리"라는 경박함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을까 한다. 나아가 예술가들이 작품에 동원하는 전략적 유머와 위트, 해학을 정치에 적당히 녹여내면 어렵지 않게 난국을 타개할 수 있으리라는 얄팍함도 엿볼 수 있다. 창작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함정들(표절, 베끼기, 진부함 등)을 비켜나가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예술세계의 엄중함에 비하면 정치세계는 실로 단순한 논리에 의해 작동된다는 것이 필자의 좁은 식견이다.
예술세계에는 따라야 할 원리, 원칙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르기는커녕 기존체제를 파기하거나, 해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때 예술적인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는 세계인 것이다. 때로는 기존체제의 파기, 해체를 넘어 혁신적인 창조를 위해 온갖 술수(?)와 파괴적인 수단도 마다 않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는 치명적인 단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치를 예술처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반면, 정치세계는 실로 단순한 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너무도 쉽고도 간단한 체제가 아닐까 한다. 그 쉬운 원리를 정치에 적용하는 정치인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다. 뒷감당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겨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사리사욕을 버리고 남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기본적인 원리만 지키며 정치를 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 활짝 열리리라는 믿음이다. 최고의 정치는 국민이 정치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모르게 하라는 무위지치(無爲之治)를 설파한 노자의 도덕경을 다시 한 번 읽고자 한다. 김영호 목원대학교 미술·디자인대학 서양화전공 교수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예금 보호 한도 '5000만→1억' 상향… 여야 6개 민생법안 처리 합의 - 대전일보
- '세계 최대 규모'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3.6㎞ 전 구간 개방 - 대전일보
- 안철수 "尹 임기 넘기면 더 심한 특검… DJ·YS 아들도 다 감옥" - 대전일보
- 약발 안 드는 부동산 대책…지방은 '무용론' 아우성 - 대전일보
- 가상화폐 비트코인, 사상 첫 9만 달러 돌파 - 대전일보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안한다 - 대전일보
- "방축천서 악취 난다"…세종시, 부유물질 제거 등 총력 - 대전일보
- "요즘 음식점·카페, 이용하기 난감하네" 일상 곳곳 고령자 배려 부족 - 대전일보
- 나경원 "탄핵 경험한 사람으로 말하건대 난파 위기 배 흔들면 안돼" - 대전일보
- 미리 보는 내 연말정산 환급액은?…관련 서비스 15일 개통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