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미·초장동 편의점·약국 0개…'100억' 도시재생 사업지 맞나

이현동 기자 권영지 기자 2023. 9. 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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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인구↓노인인구↑, 쓰레기·빈집 곳곳…사업 실효성 의문
기찻집예술체험장 등 주민참여는 활성화…구청 "홍보관 활용 늘리겠다"
4일 부산 서구 아미동의 한 도로. 주민들이 도로가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스1 권영지 기자

(부산=뉴스1) 이현동 권영지 기자 = 부산 서구청이 아미·초장동에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수년간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수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사례가 발견되면서 투입한 예산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미·초장동은 6·25전쟁 이전까지 일본인 공동묘지·화장장이 있던 장소였다.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살 곳을 찾다가 이 지역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판자촌이 형성돼 생긴 마을이다. 원도심 상업지역의 영향을 받아 부산의 주요 주거지로 급격히 성장했지만 신도시 개발과 함께 인구가 이동하고 유입은 줄면서 사회·경제·물리적 쇠퇴가 복합적으로 진행 중인 지역이다.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자 구는 지속적인 공동체 정주환경을 조성하고 인구 유출을 완화하고자 지역여건 분석 및 잠재력 발굴을 통한 도시재생 사업을 약 8년 전부터 기획·추진했다.

해당 사업은 2016~2020년 약 100억원의 구 예산을 들여 아미·초장동의 정주환경 개선(29억원)과 근린경제 활력(35억원), 역사문화보전(18억원), 주민참여 확산(18억원) 등의 내용의 담긴 프로젝트다.

그러나 주요 사업들이 마무리된 지 3년이 지난 현재, 이 지역이 낙후하고 쇠퇴한 구도심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스1 취재진이 4일 아미·초장동과 비석문화마을 등을 찾아 현장을 둘러본 결과, 100억이 투입된 사업치고는 '도시재생'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부산 서구 아미동의 한 도로 변에 쓰레기가 쌓여 방치돼 있다./뉴스1 이현동 기자

도로와 골목 곳곳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거나 방치돼 있었고, 사람이 살지 않는 노후건축물(주택)도 여러 채 있었다. 마찬가지로 내부는 쓰레기와 건축 폐기물 등이 가득했다. 경사가 높은 계단식 골목길에는 이끼가 잔뜩 껴 있는 탓에 미끄러워 위험했다. 특히 이 지역은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 자칫 안전사고가 날 위험도 높아 보였다.

할머니들이 차가 다니는 도로가에 앉아 더위를 식히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위험하게 왜 도로에 계시느냐"고 물었더니 "어디 모여서 얘기할 만한 데가 마땅히 있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노인들이 모여서 편하게 쉴만한 휴식공간조차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정주환경 개선사업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인구유출 방지'이지만, 실제 아미·초장동 인구는 매년 줄고 있다. 사업이 수행되는 동안에도 이 지역 인구가 계속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미동은 2016년까지 8853명이 거주했지만 지난 2022년 기준 6181명으로 줄었다. 초장동은 2016년 5529명, 2022년엔 4072명까지 감소했다.

인구의 고령화율도 심화되고 있다. 2016년 아미동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27.4%였지만 지난해에는 37.9%까지 늘었다. 초장동은 2016년 27.1%였지만 지난해에는 38.1%까지 증가했다.

근린경제 활력 사업도 지역 경제에 이렇다 할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미동에 '기찻집예술체험장'이, 초장동 한마음행복센터에 '다누리 카페'가 있지만 이외에는 '상권'이라고 할만한 곳이 없었다. 당초 사업계획서에는 근린상점 운영, 먹거리 발굴, 점포 조성, 외부인의 신규 창업 유도 등으로 마을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가 담겼지만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아미·초장동에는 여전히 약국·편의점이 하나도 없다.

또 유동인구, 관광객을 위한 휴식공간도 마땅히 없었다. 문화마을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이곳을 방문한다고 해도 머물 곳이 없으니 대부분의 관광객이 결국 길을 따라 근처에 있는 감천문화마을로 가게 된다. 게다가 이곳의 한 건물은 북 카페·음식점을 만들기 위해 8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써놓고도 ‘무허가 건물’인 점이 드러나면서 2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아미·초장동민이 갖고 있는 콘텐츠나 매력, 소비거점, 문화시설 등이 없으니 기존 인구를 붙잡기는커녕 서비스 인구 유입도 어려운 실정이다. 구는 게스트하우스 조성과 미니주택 보급사업 등을 아직까지 수행 중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역사문화 보전 사업도 갈 길이 멀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안내센터는 ‘직원 외출 중’이라는 쪽지만 남겨진 채 운영하지 않고 있었고, 마을 한 켠에 마련된 전시공간은 관리가 안 돼 엉망이었다. 전반적으로 역사문화가 접목된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부산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내부에 마련된 한 골동품 전시 공간 모습. 개방된 문 안으로 뜯겨진 벽지 등이 오랜 시간 방치돼 있었다./뉴스1 이현동 기자

다만 주민참여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평가다.

손정미 아미골협동조합 본부장은 아미·초장프로젝트가 번듯한 건물을 짓는 등의 하드웨어적인 발전보다 주민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소프트웨어적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강조했다.

손 본부장은 “아미동에 있는 기찻집예술체험장에서 주민들이 모여 상품개발과 문화생활을 즐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외부 전문가를 고용하기보다 주민들이 직접 지역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부여한 점이 높게 살 만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해 주민 역량이 강화되고 주민과 외부인을 위한 문화축제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일부 주민, 특정 기간에 한정된 결과에 머물러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주민은 "도시재생에 돈을 그만큼 썼는데 복합문화공간이나 휴식공간 등 제대로 된 시설이 한두 곳 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명희 서구의회 의원은 “주민을 대상으로 문화 프로그램 등은 복지관 같은 곳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런 문화 활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도시재생사업으로는 주민·지역경제에 뭐가 필요한 지 정확히 파악하고, 주거환경 개선이나 관광지·상권 개발을 통한 노인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인 성과창출을 위해 예산을 쓸 필요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서구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거점 시설을 바탕으로 주민 협의체 등이 구성돼 여러 활동들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아미·초장동을 알릴 수 있는 홍보 전시관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h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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