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의 날'은 교사들 최후 수단…울산서도 서이초 49재 추모 물결

김지혜 기자 2023. 9. 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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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울산 남구의 한 카페에서 마련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공간.

입구부터 '누구든 오셔서 위로와 공감의 시간을 보내세요','더이상 잃을 수 없습니다','함께 지켜야 할 때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을 활짝 열어뒀고, 검은 색 옷을 입고 추모의 뜻을 더하기 위한 교사와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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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서비스직이 돼 버린 현실 안타까워"
울산교사노조 "MZ조합원 특성 살려, 조용한 추모공간 마련"
4일 오후 울산 남구의 한 카페에서 마련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공간에 마련된 추모 메세지를 시민들이 읽고 있다.2023.9.4/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4일 오후 울산 남구의 한 카페에서 마련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공간.

입구부터 '누구든 오셔서 위로와 공감의 시간을 보내세요','더이상 잃을 수 없습니다','함께 지켜야 할 때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을 활짝 열어뒀고, 검은 색 옷을 입고 추모의 뜻을 더하기 위한 교사와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동료 교사와 함께 방문한 교사부터 어린 학생들 데리고 온 학부모까지 구분 없이 이 곳을 찾았다. 한켠에는 온라인 추모관이 마련됐고, 추모 영상이 계속해서 방영됐다.

방문한 이들은 각자의 메세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게시판에 붙이며 추모의 뜻을 함께했다. 게시판에는 '선생님의 희생이 참담한 교육현장에 꽃으로 피어나길 빕니다','선생님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와 같은 메모가 붙었다.

이날 추모공간에서 만난 울산 남구 모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 갑질, 그로 인한 선생님들의 스트레스, 극단적 선택과 같은 비극적인 일들이 많다는 것을 익히 들었고, 목격해 왔고…서이초 소식이 새롭진 않았어요"라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한 교사는 "울산교사노동조합에 가입해 4년째 교권 향상을 위해 수없이 외쳐왔지만, 아무도 듣지 않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 서이초를 계기로 그래도 모두가 생각해 보고 되돌아볼 수 있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사가 재학 중인 해당 학교에서 '공교육 멈춤의 날' 참여 의사를 밝힌 선생님이 대략 15명~20명정도로 재량휴업으로 무게가 쏠리는 듯 했지만, 공교육 멈춤의날 참여하는 선생님은 파면 혹은 해임한다는 뉴스 이후 학교 측에서도 재량휴업을 하지 않겠다는 학교의 방침은 선생님들을 위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공교육 멈춤의날'에 참석을 선택하는 것은 이후의 받게 될 불이익도 본인의 선택으로 간주하겠다는 메세지로 받아들여졌고, 많은 선생님들이 망설일 수 밖에 없고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서이초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차례 외쳤음에도 반응하지 않아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멈춤'을 '수업권을 포기한 선생님'으로 몰고 가려 했다"고 토로했다.

4일 오후 울산 남구의 한 카페에서 마련된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공간에 마련된 추모 메세지.2023.9.4/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그러면서 "우리는 n번째 서이초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한마음 한뜻으로 동참하고 목소리내고 있을 뿐"이라며 "누구도 더 이상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년이라면 길다면 길지 않은 교권 생활을 했는데 '단체 사진에 우리 아이 표정이 왜 안좋냐,'일기 숙제도 사생활 침해다' 등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와 '통지표에 부정어를 사용할 수 없다','학생 수행평가 결과에 중이나 하 등급을 줄 때는 민원이 들어올 것을 대비해 증거자료를 수집해라'란 내부 지침은 교사의 의욕을 잃게 만든다"며 "이제는 교권은 찾아 볼수 없고 학부모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서비스직'이 되어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추모공간을 찾은 울산 시민 한모씨(28)는 "주변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진 직업군을 보면서 '언젠가 터질 것 같다'라고 느낀 곯았던 부분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지게 된 것 같다"며 "교육부와 정부 차원에서는 법을 개정하겠다곤 하지만 주먹구구식 실질적으로 현실 가능성 떨어지는 대안들로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한편 울산교사노동조합은 드러나질 않고 튀지 않길 선호하는 20,30대 MZ 세대 조합원들의 특성을 고려해 방과후에 자연스럽게 추모할 수 있는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이날 추모식은 노조가 마련한 카페에 모여 차나 음료를 마시며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검은 색 옷을 입은 교사와 시민의 추모를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천창수 울산교육감은 "오늘 추모제를 두고 불법과 징계를 논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추모가 불법이 될 수는 없다"며 "저는 저의 권한과 의무를 다해 어떤 경우에도 선생님들을 지킬 것입니다. 양심에 따른 선생님들의 정당한 행동을 끝까지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jooji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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