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주범은 감자튀김?... 미국 기업형 농장, 지하수 남용으로 '가뭄 부채질'

이유진 2023. 9. 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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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맥(水脈)이 말라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기업형 농장들이 기후변화로 심화된 가뭄의 대책으로 지하수를 과하게 사용하면서 미국 수자원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최악의 가뭄이 닥쳤던 2021년 미네소타에선 주정부 허가량보다 최소 230억L 많은 지하수가 사용됐는데, 초과분의 3분의 1이 'R.D.오펏'이라는 한 기업 소유 농장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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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미 수자원 데이터 분석..."지하 대수층 위기"
맥도널드 납품 농장, 수영장 3000개분 지하수 사용
가뭄에 지하수 마를 때까지 퍼 올려..."기후 악순환"
햄버거와 감자튀김, 코울슬로가 나무 플레이트 위에 놓여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수맥(水脈)이 말라가고 있다. 어쩌면 미국인이 사랑하는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업체의 감자튀김이 주범일지 모른다. 강우량이 줄자 패스트푸드 브랜드에 감자를 납품하는 농장들이 관개용 지하수를 닥치는 대로 끌어다 쓰고 있어서다. 가뭄 극복의 노력이지만, 인근 지역에 또 다른 물 부족을 불러 ‘기후변화의 악순환’만 지속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맥도널드 감자튀김'이 가뭄 불렀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기업형 농장들이 기후변화로 심화된 가뭄의 대책으로 지하수를 과하게 사용하면서 미국 수자원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전국 8만 개의 지하수 관개용 우물에서 수집한 1920~2022년 수위(水位) 데이터를 토대로 이같이 진단했다.

주(州) 내 호수만 1만 개에 달하는 등 수자원이 풍부한 미네소타가 대표적이다. 최악의 가뭄이 닥쳤던 2021년 미네소타에선 주정부 허가량보다 최소 230억L 많은 지하수가 사용됐는데, 초과분의 3분의 1이 ‘R.D.오펏’이라는 한 기업 소유 농장에서 나왔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널드에 절단이 쉽게 개량된 감자를 납품하는 업체다.

R.D.오펏은 납기일을 맞추려 지난해 올림픽 규격 수영장 약 3,000곳을 가득 채우는 양의 지하수를 퍼 올렸다. 극심한 가뭄에도 감자튀김용 감자 생산엔 차질이 없었다. 이런 탓에 옥수수, 콩, 사탕수수 등을 생산하는 다른 기업형 농장들도 흉작을 면했다.

그러나 가뭄 대책은 또 다른 가뭄을 낳았다. 2021년 지하수를 과도하게 끌어다 쓰자, 대수층(지하수를 품은 지층) 수위가 떨어지고 유역이 건조해졌다. 기업형 농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1,500여 명은 수돗물·식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천으로 흘러야 할 차가운 지하수가 줄어들면서 강이 마르거나 수온이 올라 생태계도 타격을 입었다. 엘런 컨시딘 미네소타주 천연자원부 고문은 “잘 알려지지 않은 대수층으로까지 지하수 사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충분한 지하수를 남기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뭄에 지하수 마를 때까지 퍼 올려... "기후 악순환"

지난달 10일 미국 서부에서 이어진 가뭄으로 네바다주 볼더시티 인근 미드 호수의 물이 마르면서 가라앉아 있던 보트 한 척이 쩍쩍 갈라진 땅바닥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볼더시티=AP 연합뉴스

게다가 지하수 남용은 ‘기후 악순환’을 부채질하고 있다. ①기후변화로 강우량이 줄고, 땅이 건조해져 물이 대수층까지 흘러들어가지 못하자 ②지하수를 끌어올려 쓰고 ③일대가 더 건조해져 가뭄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수자원의 90%는 대수층에 의존하고 있어 지하수 부족은 미 전역의 난제다. 대표적인 곡창지대 캔자스주 서부에선 대수층의 25%가 한계에 달해 옥수수 생산량이 60년 만에 최소치를 찍었다. 미국 쌀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하는 아칸소주에서도 퍼 올린 지하수가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유입되는 물의 2배를 넘겼다. NYT는 “식수 부족은 물론, 농작물 식량 위기까지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수층 보호를 위한 제도는 미비하다. 업마누 랄 컬럼비아대 물센터 소장은 ‘물’에 대한 연방정부의 책임이 6개 기관에 분산돼 있고, 지하수 과다 사용·고갈에 대한 규정도 전무하다며 “완전히 엉망”이라고 꼬집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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