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이재명, 단식보다 더 급한 건 추락한 당 지지율

2023. 9. 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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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정치평론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 선언으로 정치권의 '민생 국회'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잘못된 국정 운영을 사과하고 앞으로 제대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갈등 이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단식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본인을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검찰 소환 조사가 이어지고 있고 당 내의 갖가지 리스크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를 비롯해서 정부와 좀처럼 소통이 되지 않는 국면에서 정치적인 최후 수단인 단식을 선택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단호한 메시지로만 인식되었던 야당 지도자의 단식이 이번에는 집권 여당의 엄청난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방탄 단식', '땡깡 단식', '뜬금포 단식'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정치권에서 큰 관심을 갖지만 정작 민심을 얻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약화되었는데 그 원인이 이재명 대표에게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8월 29~3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가상번호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14.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4%, 더불어민주당 27%로 나왔다.

이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지지율이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뒷걸음쳤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반사 이익을 얻어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5%포인트나 하락했다.

내년 총선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서울에서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26%로 국민의힘이 10%포인트나 더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당의 대표가 단식을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면 당의 지지율은 더 결집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결과로 나왔다. 물론 아직 이 대표의 단식이 여론조사에 오롯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단정적인 해석은 금물이다.

이 대표의 단식이 정치적으로야 의미 부여가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얻게 되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은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게 치명적이다. 야당 지도자의 단식은 집안 식구보다 여당 그리고 대통령과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할 때 정치적인 의미 부여와 충돌 해소를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지금까지 국정 운영 스타일이나 진영 간으로 두 동강이 나 있는 정치권의 프레임 구조를 이해한다면,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야당 친화적으로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이 대표의 단식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반성 그리고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을 기대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닥으로 향하고 있는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거나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적극적인 상호 작용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이 대표는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떤 효과를 위해 단식이라는 가장 높은 수위의 대응을 선택한 것일까. 민주당은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경쟁적 약화,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운영 실패로 인한 정치적 후유증, 이 대표의 대학 후배인 김남국 의원의 암호 화폐 코인 리스크, 자신에게 지역구를 내어 준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리스크 등 숱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당을 견인할 경쟁력을 상실할 일보 직전의 위기 상황이다.

정치적 국면 전환을 위해 단식이 필요할지 몰라도 국민들은 오히려 배부르게 먹고 잘 살 수 있는 민주당의 역할과 책임을 요구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더욱이 전화면접조사에 나타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보면 지지층들은 망연자실할 수준이다. 이 대표의 단식이 정치적 사유는 있을지 몰라도 국민을 향한 명분은 취약하다. 그런 이유로도 이 대표의 단식은 여론의 공감을 얻어내기에 한계가 있다. 국민들이야말로 민생 위기로 불가피하게 단식에 돌입해야 할지 모를 위기 상황이다. 단식보다 민생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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